"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탄식이다.
개혁과 쇄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거창한 청사진을 내건 여야 모두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또다시 공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 명단을 발표하자마자 불복하고 무소속 출마까지 선언하는 '구태'가 반복되자 중앙당이 모든 권한을 휘두르는 현 공천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 이재오 놓고 시끌
새누리당은 27일 서울 은평을에 친이(명박)계 이재오 의원을 포함한 21명의 1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하자마자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비대위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오전 공심위의 결과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비상대책위와 공천심사위 간의 불협화음까지 불거졌다.
지난 18대 공천 당시 '친박(근혜)계 공천 학살' 논란으로 내분을 겪었다면 이번에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지도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친이계를 대상으로 한 '공천 보복'이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나오는 중이다.
전날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도 이번 공천에 대해 "소통이 아니라 불통을 넘어 먹통"이라고 촌평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 노원갑, 부산 수영, 부산 해운대·기장을, 세종시, 경기 파주을, 강원 원주을 6곳을 전략공천지로 확정했으나 서울 강남을과 경기 군포에 대해선 내부 반발로 인해 결정을 유보했다.
이미 전현희·안규백 의원 등도 거물급 전략공천에 크게 반발하고 있고 일부 탈락자들은 무소속 연대로 출마하겠다며 중앙당을 압박하는 중이다.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한 예비후보는 "지역과 당의 사정을 모른다는 이유로 외부 공심위원들이 내부위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정치권의 개혁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였던 네티즌들도 일제히 실망감을 드러냈다. 아이디 'sns110***'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시 시민대표 출신의 박원순 시장이 당선 되자 기존 정치권은 개혁을 외쳤는데 그게 이것이었나?"라며 허탈함을 표시했다.
'나팔수***'는 "오디션 프로그램 보고, 이벤트 즐기더니… 제발 반짝하지 말고 구태 좀 벗어라", 'gagman3'는 "정말 이렇게 하고 총·대선에서 승리하리라 생각하는가? "라며 "정체성과 도덕성의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연대로서 2012를 점령하자"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공천때마다 이같은 혼선이 반복되는 원인을 국내 정치권의 철학 부재에서 찾는다.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는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 대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정당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이들까지 공천을 하고 있으니 정체성과 지향점이 불분명하다"고 폄하했다.
◆중앙당 배제하는 시스템 필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도 "중앙당이 전권을 휘두르는 현행 공천제에서는 지역에서 수년간 충실히 준비한 예비후보들이 전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여야 모두 국민경선이 됐든 당내경선이 됐든 흥행에만 관심을 두기보다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후보가 도전의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