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냘퍼 보이지만 당찬 구석이 있다. 대범한 듯싶으나 소심하다. 농담하는 것처럼 툭툭 던지는 한 마디에 진심이 배어난다. 이처럼 공효진(32)의 본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매우 복잡하다. "대중이 내게 원하는 이미지를 그대로 따라가야 할지 항상 고민"이라는 그를 2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차도녀 = 29일 개봉될 '러브픽션'에서 사랑에 쿨한 여자 희진을 연기했다. '행복'과 'M'에 '차도녀'스러운 조연 캐릭터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이번 작품을 앞두고 많은 도움이 됐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기본기를 다져놓으라던 선배들의 조언이 이제서야 가슴에 와 닿았다.
▶ 배우 보는 눈 = 극중 상대역인 (하)정우 오빠와는 촬영에 앞서 맥주 CF로 만나기 전까지 의례적인 사이였다. 만나면 그저 인사하는 정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난 평상시 다른 남자 배우들은 웬만해선 눈여겨보지 않는 스타일이다. 솔직히 (류)승범이 영향도 있다. 하하하. 그나저나 정우 오빠가 어떤 사람이냐고? 인간적으로 괜찮은, 배울 것도 많은 동료다. 유머 코드도 통한다. 은근히 웃긴다.
▶ 겨드랑이 털 = 러브신에서 등장하는 희진의 겨드랑이 털이 화제인가 보다. 진짜 기른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가짜다. '색, 계'의 탕웨이처럼 가 볼까 고민도 했다. 리얼함의 차원이었는데, 너무 수북해도 너무 없어도 문제였다.
▶ 사랑의 실체 = 장진영 언니가 출연했던 영화 제목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러브픽션'의 사랑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문장이다.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감정이지만, 알고 보면 가벼울 뿐더러 쉽게 변한다. 대부분 시행착오를 겪어야지만 실체를 알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인 것같다.
▶ 여자 나이 서른 = 적어도 내게 있어선 가장 행복한 시기다. 20대 시절에는 "나이 먹을수록 좋다"는 언니들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젠 알겠다. 인간 관계와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실수가 줄어들었다. 한 마디로 현명해졌다고나 할까. 40대가 기다려진다.
▶ 패셔니스타 = 여전히 옷을 사랑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복잡해졌다. 이를테면 환경 보호론자의 관점에서 볼 때 모피와 패스트 패션은 지구를 좀먹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모피와 패스트 패션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면의 서로 다른 두 시각을 어떤 방법으로 어울리게 할 것인가, 걱정이 많다.
▶ SNS = 일체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먼저 어필하는 성격이 아니다. 나와 관련된 이야기는 작품을 통해서만 공개하고 싶다. 누구처럼 숨기고 싶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드러내고 싶지도 않다.
▶ 차기작 = 사랑에 냉소적인 여자로 등장하는 성장 영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상대할 남자배우가 정해지지 않아 그 이상은 말하기 어렵다. '미쓰 홍당무' 이후로 '여자' 혹은 '사람'을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지난해부터 그 시기로 접어든 것같다. 사진/최현희(라운드 테이블) 디자인/원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