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쯤 되면 여름과 겨울 성수기에 버금가는 '혈전'이다!
한국영화가 이달에만 무려 5편이나 선보인다. 극장가의 비수기로 여겨지는 3월에 이처럼 많은 한국영화가 한꺼번에 몰리기는 거의 전례가 없다.
8일 '화차'를 시작으로 '가비'가 15일 뒤를 잇는다. 22일에는 '건축학개론'과 '해로'가 공개된다. 29일 대미는 '시체가 돌아왔다'가 장식한다. 매주 한 편 이상씩 개봉되는 셈이다.
개봉 편수가 올봄 갑자기 급증한 까닭은 우선 제작 편수가 늘어나면서 극장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06년을 기점으로 급감했던 제작 편수는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타기 시작해 올해는 100여편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의 바뀐 성향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보통 3~4월은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야외 나들이가 잦아 영화 관람이 뒷전으로 밀리는 때다. 바깥 활동이 많아지고 겨울방학을 앞둔 10~11월도 마찬가지.
그러나 지난해 흥행작이었던 '위험한 상견례'(3월말) '도가니'(9월 하순)와 '완득이'(10월 하순)로 알 수 있듯이, 작품만 괜찮으면 시기와 관계없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월 한국영화 개봉작들의 장르는 모두 제각각이다. '화차'는 미스터리 스릴러, '가비'는 액션을 버무린 사극이다. '건축학개론'은 달달한 멜로이며, '시체가…'는 코믹 범죄 드라마로 분류된다.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해로'는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다.
각자의 색깔이 분명해 '제로섬 게임' 식의 흥행 다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영화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편수가 워낙 많으므로 서로가 서로의 파이를 일정 부분 뺏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모두가 개성이 뚜렷한데다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면서도 "도드라지는 작품이 없다는 게 살짝 아쉽다. 잘되면 다 잘되고, 안되면 다 안되는 결과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