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블랙 먼데이'가 불어 닥쳤다.
여야가 각 당의 텃밭 공천에서 대폭 물갈이에 나서는 등 4·11 총선을 향한 공천 기싸움으로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5일 전략지역 13곳, 경선 47곳을 확정하고 81명의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다. 전략지역은 서울 성동갑(진수희), 영등포갑(전여옥), 도봉갑(신지호) 등 상당수가 친이계 현직 의원들의 지역구다.
관심을 모았던 서울 종로에는 친박계 좌장인 6선의 홍사덕 의원이 나서게 됐다. 이 지역에 공천 신청을 한 MB맨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제외됐다. 부산 지역의 손수조(사상) 예비후보, 문대성(사하갑)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공천은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홍준표(서울 동대문을)의원과 나경원(서울 중구) 전 의원 공천은 보류됐으며 김무성(대구 남구을) 전 원내대표는 이번 공천 대상에서 배제됐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공천을 두고 영남권 물갈이와 친이(명박)계 몰락이라고 평가했다.
민주통합당도 이날 4차 공천 명단을 발표, 호남 지역 현직 의원 28명 중 김영진(광주 서을), 강봉균(전북 군산), 최인기(전남 나주.화순), 김재균(광주 북을), 신건(전북 전주 완산갑), 조영택(광주 서갑) 의원 등 6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박지원 최고위원(목포) 등 2명은 단수 공천, 경선은 23곳에서 치를 예정이다.
불출마(박상천·장세환)와 수도권 출마(정세균·정동영·김효석·유선호)를 선언한 현직 의원과 광주 동구 무공천 지역 결정을 포함하면 호남권 물갈이 대상 지역은 모두 13곳으로 늘어난다.
호남 지역의 현직 교체율은 의석수(28석) 기준 46.4%, 지역구 기준(30곳) 43.3%로 절반에 가깝다.
민주당이 이날까지 공천 결과를 발표한 181개 지역 공천신청자 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출신 인사 생존율은 85%,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시 청와대 비서진 생존율은 50%에 그쳐 특정 방향을 염두에 둔 공천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블랙 먼데이'를 맞은 여야 현직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친이계인 이명규·정미경·신지호 의원 등은 "명확한 근거없이 전략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전여옥 의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그릇이 이 정도라는 게 안타깝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파열음은 민주당에서도 만만치 않다. 강봉균·최인기·신건·조영택 의원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심사위원회가 친노 세력의 각본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유력한 호남 정치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정치평론가들은 공천 후폭풍이 조만간 잠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새누리당 친이계 중 일부는 이미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2008년 총선처럼 '공천학살'을 외칠 명분이 적다"고 평가했고 "민주당도 대선 주자급이 아닌 이상 무소속 출마는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