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를 비롯한 49명의 연예인들이 중국내 탈북자 북송 반대를 호소하며 최근 개최한 콘서트 '크라이 위드 어스'는 '소셜테이너(socialtainer)'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기회였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정치 참여 연예인들을 일컫는 폴리테이너(politainer)에서 분리된 소셜테이너는 정치와 이념의 제한을 받지 않고 노동·교육·환경·인권 등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바쁜 일정의 연예인들이 하나로 뭉쳐 어떤 개인적인 이해 관계도 없는 이들의 인권을 지켜달라고 당부한 이번 콘서트는 급격히 진화하고 있는 소셜테이너 활동의 한 면을 보여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단식투쟁으로 비롯된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은 콘서트를 통해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이렇게 확대된 여론은 해외로 번져갔고, 미국 의회 산하 중국위원회(CECC)가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를 소집하는 데 작게 나마 영향을 미쳤다.
7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해안 바위 발파 소식에 이효리·김미화·신효범·김규리 등 스타들은 자신의 트위터에 구럼비 바위를 발파하지 말라는 뜻의 'D.K.K.K'를 적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미화·김제동·이은미·강산에·이한철·델리스파이스 등은 총파업 중인 MBC 노조를 응원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열린 콘서트에 출연해 공정방송 요구에 힘을 실었다.
이효리는 유기견 보호, 김장훈은 독도 지키기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김여진·박혜경·김제동 등은 한진중공업 사태, 홍익대 청소노동자 해고 사태, 쌍용차 해고 사태, 대학 반값 등록금 투쟁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스타들이 본업 외에는 몸을 사리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사안에 소신을 드러내는 이유는 사회적 요청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연예인들이 연예산업의 수동적 종사자로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대중으로부터 받은 인기에 대한 정신적 환원, 사회적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회 분위기는 유기견 보호와 같이 연예인의 사적 관심사를 공적으로 활용하거나, 재능 기부의 확대와 맞물려 소셜테이너의 등장을 이끌었다.
또한 본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정도의 대가를 치를 수도 있는 정치 참여와 달리, 소셜테이너 활동은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므로 참여시 부작용이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스타의 사회 참여에 불을 붙인 것은 소셜네트워크(SNS)다. SNS의 대중화와 소셜테이너가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가 같은 것도 이런 이유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소셜테이너라는 말은 결국 SNS의 '소셜'과도 연관된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주류 미디어가 아닌 SNS를 통해 대중과 교감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뜻다.
일례로 김여진과 박혜경은 각각 '날라리 외부세력'과 '레몬트리 공작단'이라는 소셜미디어 팬덤을 형성했을 정도다.
2년동안 활동을 쉬었지만 끊임없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이효리는 "SNS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어떤 단계를 거쳐 내 생각이 표현되지 않고 바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아이티 난민 구호에 앞장서 온 숀 펜, 자신의 이름을 건 환경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아프리카 수단인의 분리 독립을 위해 5년째 활동 중인 조지 클루니 등은 미국의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다.
전 세계인의 관심을 유도하고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이들의 활동과 비교하면, 아직 국내 소셜테이너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가보다, 이를 바라보고 수용하는 대중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공회대 탁현민 교수는 "정상적인 사회라면 구성원 누구든 정치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 있고, 정치나 사회 참여 운동을 이상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비아냥거린다거나 인기수단으로 비하해서도 안 되며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