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경기가 어려워도 누구나 입맛대로 최고를 즐길 수 있는 '열린 명품'(Affordable Luxury)이죠."
커피전문가 유필문 박사는 최근 커피 돌풍을 실감하는 중이다. 커피 농장이나 품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제 맛을 따지며 비싼 커피도 척척 찾는다.
영상의학과전문의이기도 한 유필문 박사는 2001년 도미니카 여행 중 우연히 커피의 매력에 빠진 이후 커피 원산지 농장을 방문해 최고급 스페셜티 커피 원두를 발굴, 국내 소개하고 있다. 그가 맛있는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비결을 귀띔했다.
-커피 맛을 잘 느끼는 방법이 있나요?
▶꽃향기가 코끝을 살짝 스치는 것처럼 커피맛도 살짝 지나갑니다. 짠맛, 신맛, 단맛 등 원초적인 맛만 생각하지 말고 집중하세요. 어느 순간 미묘한 맛의 흐름을 느낄 겁니다. 입속에 커피를 머금고 있을 때 일수도 있고, 목구멍으로 넘긴 뒤 느낄 수도 있어요. 커피의 매력을 한 번 느끼게 되면 즐기게 될 거에요.
-어떤 풍미를 좋아하세요?
▶깔끔해야 되죠. 텁텁한 건 싫더라고요. 복잡 미묘한 풍미가 깃든 커피가 더 매력적이에요. 그렇다고 이게 정답은 아니에요.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맛이 있어요. 그림도 자신이 좋아하는 색상을 주로 쓴 작품이 더 좋아 보이잖아요? 커피도 마찬가지에요.
-가장 맛있게 마신 커피는 무엇이었나요?
▶맛이란 건 미각적인 것과 감성적인 측면이 어우러진 것이에요. 기분 나쁜 사람과 함께하는 커피는 아무리 좋은 커피도 맛이 없죠. 2001년 도미니카의 커피농장에서 융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아내와 마셨는데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하고 충격을 받았어요. 커피를 맛있게 마실 마음의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네요.
-커피전문점도 즐겨 찾으시나요?
▶커피 맛이란 문화 정서적인 요소가 덧칠해진 것이라 정의하고 싶어요. 그래서 커피전문점들을 커피를 파는 곳이라기보다 문화를 파는 곳이라 하는 것 같고요. 그러나 커피 맛의 기본에 대한 배려도 없이 마케팅으로 문화 정서적인 요소만을 앞세우는 많은 커피전문점들에 우울해지는 건 저 만의 느낌일까요. /전효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