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바람막이, SK-Ⅱ 에센스, 리복 운동화, 키엘 수분크림….'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한정완(33·남)씨가 최근 한 달간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제품이다.
업무 특성상 미팅이 잦은 한씨는 거울을 자주 보는 일이 어색하지 않다. '그루밍'이 최고의 관심사다. 한씨는 "좋은 인상을 갖고 싶어 피부 관리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혼자 쇼핑하기는 영 쑥스럽다"라며 "화장품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산다"고 말했다.
한씨처럼 '가꾸는' 남성 고객이 여성을 제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큰 손'으로 떠올랐다.
8일 롯데닷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구매고객의 성비를 분석한 결과, 2007년 21.5%였던 남성 고객이 지난해 24.1%까지 증가했다.
올 2월에는 25%에 달했다. 남성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상품은 스포츠용품이지만, 화장품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지난달 롯데닷컴 화장품 매출에서 남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12.7%로, 지난해 같은 6.5%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오픈마켓 옥션에서도 남성들의 구매력은 막강했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에서 남성 고객의 비중이 전년보다 36%나 증가했다.
남성들이 온라인쇼핑몰에서 주로 구입하는 화장품은 스킨·로션같은 기초 화장품과 미백·자외선차단제 등 기능성 화장품이 가장 많았다. 피부관리를 보다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에센스와 팩의 판매 비중도 높았다.
이처럼 화장품 매출이 급증한 것은 메트로섹슈얼의 등장으로 외모에 관심을 갖는 '그루밍족'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닷컴 오화영 화장품팀장은 "최근 '외모가 경쟁력이 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자신을 가꾸는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몰에서 화장품을 많이 구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맞벌이 아내 부담 덜어주려 식료품 등도 직접 클릭
신선식품·주방용품 등 마트의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클릭'하는 남성 고객도 늘고 있다.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 전현준(37)씨는 아내의 가사부담을 덜어주려고 인터넷으로 장을 본다.
전씨는 "일주일 중 하루 쉬는 주말 사람들로 북적이는 마트에 가면 피곤하기만 하다"며 "클릭 한 번이면 라면·생수는 물론 채소·육류까지 집으로 배달돼 간편하다"고 말했다.
올초 지방 발령으로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한 김태경(43)씨는 며칠 전 인터파크 '주방 전문몰'에서 테팔 프라이팬과 휘슬러 냄비를 구입했다. 김씨는 "혼자 요리를 즐기다보니 주방용품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며 "다음 달엔 강남 주부들의 필수품이라는 르쿠르제 주물 냄비를 사볼까 생각중"이라 했다.
이 쇼핑몰의 진명균 쿡웨어사업부 팀장은 "해외 명품 주방용품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이 많아 우리도 놀랐다"며 "구매력이 높은 싱글 남성들도 비싸지만 디자인이 멋있다는 이유로 해외 주방용품을 과감하게 사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박지원기자 pjw@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