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룸버그 통신과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잇따라 세계 최고 부자 순위를 발표했다. 관심은 역시 세계 제일의 부자는 누구인가였다. 블룸버그와 포브스 모두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을 1위에 올리는데 이견이 없었다. 포브스는 그의 재산이 무려 690억 달러(77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고 부자의 대명사로 꼽혀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MS) 설립자는 2위로 밀렸다. 슬림이 그렇게 1위 자리를 지킨 게 벌써 3년째다. 그동안 관심을 별로 보이지 않던 미국 언론도 그의 인물됨과 성공 비결에 대한 집중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이미 미국 최고의 신문으로 손꼽히는 뉴욕 타임스의 지분을 6.9%나 보유하고 있는 사실도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미 언론들이 꼽은 사업 성공의 비결은 '문어발식 독점'이다. 그가 운영하는 텔멕스는 멕시코 유선 통신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무선 통신 시장에서도 그가 소유한 아메리카 모빌의 점유율이 70%에 이른다. 이밖에도 그는 금융, 레스토랑, 타이어,인터넷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22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를 두고 "멕시코에선 슬림의 주머니에 돈을 넣지 않어주지 않고는 하루도 지내기 어렵다"고 지적할 정도다.
슬림의 '치밀한 기록' 습관도 화제가 됐다. 미 프로야구와 뉴욕 양키스의 광팬이기도 한 그는 야구 통계를 전문가 이상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슬림은 2007년 유에스 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응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야구 통계를 편집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내걸었다. 신문에 나온 야구 통계가 성에 차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한 그는 자신의 사업체에 대한 수치와 전망, 아이디어를 메모지에 꼼꼼히 기록하고 이를 활용한다. 그를 만나본 한 사업가는 "슬림은 자신이 직접 종이에 쓴 메모를 바탕으로 계열사의 현황과 사업투자 계획을 모두 머리에 넣어두고 있었다"고 전했다.
슬림은 또한 유명한 구두쇠다. 그는 30년째 방이 여섯 개 방이 딸린 집에서 살고 있다. 집도 큰 편이 아니다. 그의 침실은 일반 호텔의 베드 룸 수준이라고 한다. 그는 요즘도 자신의 집에서 직장까지 직접 자가용을 운전하며 출퇴근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부자가 됐고 통큰 기부도 하고 있지만 근검절약하며 돈을 모았던 초심은 잃지않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