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외야수 이택근, 포수 조인성, 미들맨 송신영 등 FA 자격을 얻은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전력은 약화됐다. 올해는 구슬땀을 흘렸던 전지훈련 도중 박현준과 김성현이 경기 조작에 연루돼 팀을 떠났다. LG 팬들의 숙원인 '가을야구'라는 말도 꺼내기 어려운 시기다.

초보 감독이라면 당연히 작년 류중일 삼성 감독처럼 첫 해 우승을 하거나 양승호 롯데 감독처럼 적어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영광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지금 LG는 4강 또는 우승의 희망을 거론하기 어려워 김기태 감독은 불운해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새로운 LG 건설의 기회일 수 있다. 100억원의 보강을 해주고 성적을 내놓으라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은 LG는 그럴 형편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주변의 눈치나 성적에 대한 굴레 없이 자신만의 색을 가진 팀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인정 받았다. 감독 부임 이후에도 선수들과 소통을 즐겨하는 등 권위적인 모습은 찾기 어렵다. 선수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조금씩 조직력과 희생의 야구를 갖춘 팀으로 바꿔가고 있다.

선수들도 연이은 악재속에서도 어느때보다 결속력이 좋아졌다. 이런 점에서 지금 LG는 새로운 야구를 향한 중요한 전환기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질곡에서 벗어나는 것은 오로지 LG 사람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고난 끝에 찾아오는 영광의 맛은 달콤하다.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