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잘생긴 얼굴만 믿고 질기게 버틴다며 흉을 볼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리지널 멤버가 올해로 팀 결성 34년째를 맞이한 데는 모름지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로 듀란 듀란이다.
컬처클럽·왬 등과 1980년대 중반 브리티시 뉴웨이브의 선봉을 이끌었던 이들이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세 번째 내한무대를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새 앨범 '올 유 니드 이스 나우'를 선보이고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1989·2008년에 이어 다시 한국을 찾은 듀란 듀란은 50대 초중반이란 평균 연령이 무색할 만큼 열정적인 연주와 노래를 들려줬다.
신곡 '비포 더 레인'을 시작으로 '뷰 투 어 킬' '리플렉스' '노토리어스' '와일드 보이즈' '헝그리 라이크 더 울프' '리오' 등 18곡을 열창했다. 특히 '리플렉스'를 부를 때는 보컬 사이먼 르본이 객석으로 내려와 남성 관객의 선창을 유도하며 흥을 돋구기도 했다.
한때 전 세계 '꽃미남'의 대명사였던 베이시스트 존 테일러와 건반 주자 닉 로즈는 여전한 미모(?)로 객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전성기보다 체중이 다소 늘어난 르본은 전성기와 다름없이 특유의 청량감 넘치는 음색으로 고음역대를 비교적 무리없이 소화했다.
이날 무대의 선곡은 30대 후반부터 40대 중후반까지의 3000여 남녀 관객들이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는데 초점을 맞춘 듯했다. 새 노래와 발전한 기량으로 현재 진행형인 음악 세계를 과시하기 보다는, 귀에 익숙한 노래와 안전한 연주로 공감대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귀에 착착 감기는 선율과 펑키(funky)한 리듬은 네 남자가 팝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지금까지 건재한 이유를 잘 설명했다.
더불어 초로에 접어든 큰형님 혹은 큰오빠가 이제는 함께 늙어가는 동생들을 여전히 살갑게 챙기는 듯한 마음 씀씀이 또한 확실한 팬서비스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