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가 저를 비롯한 사법연수원 동기생을 정치의 길로 내보낸 거죠. 이 정부 들어 진행된 민주주의 후퇴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보면서 많은 법조인들이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민주통합당 백혜련(46) 예비후보는 지난 8일 경기도 안산 선거캠프사무실에서 "사법연수원 29기 동기생은 전혀 정치적인 분들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사법연수원 29기 출신 법조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찰 개혁을 외치며 사퇴서를 쓴 백 후보가 연수원 29기로 먼저 정치에 뛰어들었다.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기소청탁 사건 당사자인 박은정 경기지검 부천지청 검사, '가카 빅엿'이란 말로 유명세를 탄 서기호 전 판사도 동기다.
또 민주당이 전략공천한 임지아(서울 서초을) 변호사와 이언주(경기 광명을) 변호사도 백 후보와 연수원에서 한 솥 밥을 먹었다.
백 후보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법조인들이 민주당에 대거 입당한 것은 검찰의 정치편향성과 관련있지 않겠냐"며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를 모두 경험한 검사라면 검찰이 정권의 간섭을 받는다든지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검찰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며 과거 권위주의 시절 '권력의 시녀' 노릇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어요.청와대와 검찰의 핫라인인 민정수석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참여정부와 달리 검찰 출신이 민정수석을 맡으면서 검찰과 정권이 공조하는 구조로 바뀌었죠."
외부에서 사법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때도 내부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이 더 많다고 생각했던 백 후보다. 정치적 중립이 무너진 것은 "일부 소수 지도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런 기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검찰 사직 후 트위터 등을 통해 만난 민심의 사법개혁에 대한 열망은 들끓고 있었다.
백 후보가 정치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때부터다. 검찰에 문제제기를 한 한 사람으로서 검찰 개혁을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치 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된 민주통합당과 뜻이 맞았던 것도 이런 부분이다.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영입한 인사 중 법조인 출신이 많았다. 법조당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백 후보는 "그동안 민주당에 법조계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부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영입 대상인 시민사회·노동계 등을 이미 끌어안고 창당했기 때문에 '외부'라고 할 대상 자체가 적었다"며 "이 때문에 법조인 영입이 두드러져 보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법개혁의 첫 발을 내딛을 곳으로 안산을 택했다. 백 후보는 우연히도 모든 시작을 안산에서 했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전태일기념사업회 부설 안산노동자의 집), 남편을 만나 결혼 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도 안산이다. 안산지청 개원 후 처음 부임한 검사이기도 했다.
"제게 안산은 마음의 고향이예요. 동시에 가장 젊은 시절, 순수했던 마음으로 노동운동을 하면서 함께 눈물 흘렸던 지역이기도 하고요. 여기서는 제 마음의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정치도 그렇게 해보고 싶습니다."
검찰개혁 만큼이나 안산 지역의 중소기업 활성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17~18일 본선 진출의 마지막 관문인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