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팝의 대표주자 제인 버킨이 22일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내한 공연을 개최한다. 버킨 백을 탄생시킨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올해 예순 넷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패션 감각과 무대 위의 에너지로 한국 팬들과 만난다.
-2004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하는 소감은.
한국인들은 지중해 사람들처럼 밝고 친절하고 유머감각이 있다. 당시 관객들은 남편인 세르주 갱스부르가 만든 프랑스 곡을 영어로 번역해 가사의 의미를 다 알고 있었다. 영국에서도 보지 못했던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번 투어는 어떻게 결정하게 됐나.
지난해 4월 일본에 갔을 때 상처받은 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그 무렵 세상을 떠난지 20년이 된 갱스부르의 삶을 기리는 공연을 미국에서 여섯 차례 하기로 돼 있었고, 이를 계기로 월드투어를 진행하기로 했다.
-세르주 갱스부르는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없다. 그를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면.
위트 넘치고 별나기도 하면서 진심이 있는 아티스트다. 40년 전에 만든 앨범 '멜로디 넬슨'은 20년 정도 앞선 작품이었다. 일상생활에서 그는 멋진 청년처럼 로맨틱하고 도발적이며, 물고기처럼 술을 마셨다.
-연기자로 활동중인 샬럿 갱스부르 등 영화·음악·사진에서 각각 서로 다른 재능을 지닌 세 딸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샬럿은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배우다. 그의 노래는 나와 매우 다르다. 대담하면서도 연약하다. 그건 내 영향력과는 무관하다. 루는 미국의 여류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강한 시를 쓴다. 케이트는 뛰어난 사진작가다. 난 그저 딸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그들 스스로 믿도록 만들어줬을 뿐이다.
-이자벨 위페르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고, 한국 영화는 영화제에서도 자주 상영된다. 한국 감독과 같이 작업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그러고 싶지만 난 너무 늙었다.(웃음) 난 존경하는 감독의 작품이 있어도 출연하고 싶다는 얘기를 해보질 못했다. 아마도 자신감 부족일 수 있고, 의지가 부족해서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관심 있었던 영화를 많이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좋은 한국 영화가 있다면 모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 그런데 그가 날 필요로 할까?(웃음)/유순호기자 su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