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 심심치 않게 제작되고 있다.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겨울연가'와 '대장금'뿐만 아니라 '환상의 커플' '선덕여왕'도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뮤지컬로 제작됐다.
그러나 이들 뮤지컬이 작품성이나 흥행에서 성공한 작품은 거의 없다. 영상 매체를 무대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한정된 공간을 극복하지 못했고, 방대한 드라마를 100분 남짓한 시간에 담아내기에는 아이디어가 부족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커피프린스 1호점'은 드라마가 원작인 창작 뮤지컬의 문제점을 비교적 잘 극복했다. 카페 커피프린스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대부분을 카페 내의 사건으로 처리해서 공간적인 한계를 극복했고, 원작 드라마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던 한성과 유주 캐릭터를 제거하면서 한결과 은찬의 러브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전에는 원작의 스토리를 억지로 구겨넣은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복잡한 사건의 나열이나 급작스런 사건 전개는 보이지 않았다.
원작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한결이 남장으로 변장한 은찬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이다. 은찬에게 끌리는 감정을 거부하는 한결의 반응은 재미를 줬고, 타인의 시선이나 편견을 극복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대목은 나름 감동적이었다.
한결 역의 김재범은 복잡한 심리의 캐릭터를 잘 살려낸다. 홍지희 역시 해맑고 보이시한 은찬 캐릭터를 제대로 형상화했다. 배우들의 열연과 '이거 뭐야'와 '수상해, 수상해' 같은 코믹송들이 뮤지컬다운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러나 드라마를 단순화시켜 중심 이야기는 분명해졌지만, 한결과 은찬의 사랑을 입체적인 갈등으로 끌고가지는 못했다.
또 뮤지컬에 귀에 남는 대표곡이 반드시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사랑을 결심하고 부르는 '가보자 끝까지' 정도는 음악적인 감동을 이끌어냈어야 했는데, 그런 음악적인 역할이 부족했다. 뮤지컬 넘버들이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데는 유용했지만 그 이상의 감동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다음달 29일까지 문화공간 필링 1관.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