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국내 내노라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조병훈(43·가명) 과장은 최근 스트레스성 피부염 때문에 고생이다. 적지 않은 월급으로 아내·딸과 여유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이 행복이 언제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존경하던 부장이 능력없다는 평가를 받아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관두면서 조 과장은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사례2=경기도 한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였던 이성희(29·가명) 씨는 요즘 도서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때운다. 2010년 3월부터 방과후 학생들을 돌보는 업무를 해왔는데 지난달 말 학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재미있어 계속 일하고 싶다"고 학교에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딸이 교사가 됐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는 부모님께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고용불안 스트레스가 전세대로 확산하고 있다.
정년퇴직이 본격화된 베이비부머세대(1955~63년생)는 물론이고 30·40대 직장인도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근무하면 도둑)'가 자신이 되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20대 역시 비정규직이라는 낙인이 찍혀 언제든 직장에서 잘릴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가 통계청의 2011 사회조사·2010 인구주택총조사 등의 자료를 분석해 18일 발표한 통계로 보는 서울시민의 취업구조에 따르면 평소 직장을 잃거나 바꿔야 한다는 불안감을 느낀다는 시민이 무려 61.4%에 달했다. 이 중 19.9%는 매우 불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특히 남성은 64.5%, 여성은 57.1%가 이런 불안감을 느껴 남성이 여성보다 더 직장생활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안정한 직장은 가정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취업자의 58.2%는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생활을 우선시한다는 비중은 9.7%에 그쳤다. 특히 남성 취업자(65.5%)가 여성 취업자(47.6%)보다 일을 우선시한다는 대답이 훨씬 많았다.
◆ 청년층 시간 근로자 43만9000명
20대의 고용불안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층 시간제 근로자 수는 43만9000명으로 2003년 대비 45.1%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청년층 전체 임금근로자 대비 시간제 근로자 비중도 7.37%에서 12%로 급증했다.
문제는 시간제로 근무하는 청년층 대부분이 식당, 주점, 커피전문점 등 단순 노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업종의 임금수준이 타 업종에 비해 현저히 낮고 심지어 최저임금마저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사회의 안전망이 미흡하기 때문에 고용불안으로 생존에 대한 위협까지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일자리 문제를 사회적 책임에 맡기지 말고 법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기존 일자리도 적정 임금을 보장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