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간으로 14일 밤, 프랑스 파리의 살 플레옐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이 청중과 만났다.
이 연주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들은 은하수 관현악단이었다. 파리에 거주하는 한 피아니스트는 국내 언론에 보내온 리뷰에서 "단원 70여명의 기량과 앙상블은 완벽했고 연주는 힘이 넘쳤으며 선율과 리듬은 군더더기가 없었다"고 호평했다. 북한 음악뿐 아니라 브람스의 교향곡 1번에서도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는 전언도 포함돼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북한에는 공식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있다. 1946년 창단됐으며 평양국립교향악단이라고도 불린다.
북한의 주체혁명적 음악들을 비롯해 김순남이나 윤이상, 차이코프스키와 쇼스타코비치 등의 곡을 주로 연주해 왔다. 2000년 8월에는 북한 예술단체로는 처음으로 서울에 와서 연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국립교향악단은 '지는 해' 신세에 처했다고 봐야겠다. 김정일은 사망하기 넉 달 전 은하수 관련악단의 연주회에 참석했고, 후계자 김정은도 두 번째 공식활동으로 올해 이 악단의 신년음악회를 참관했기 때문이다. 쉰 살 넘은 조선국립교향악단을 제치고 2009년 창단된 신생 악단이 최고 권력자의 총애를 받게 됐다는 얘기다.
은하수 관현악단은 북한 식으로 말하자면 '배합악단'이다. 서양 악기와 개량 국악기, 대중음악에서 주로 사용하는 드럼이나 일렉트릭 기타까지 포진했다. 신앙에 가까울 정도로 서양음악을 옹호해온 지휘자 정명훈이 이 혼합형 오케스트라를 자신의 파트너로 삼은 이유는 여러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지휘자가 공식적으로 밝혔듯이 "젊은 악단"이란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단원 대부분이 해외 유학파"인 까닭에 '지휘자 정명훈'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지휘자에 대한 복종심을 이끌어내기가 용이했을 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노장들이 포진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다루기 어려운 악단일 가능성이 크다.
은하수 관현악단은 앞으로도 지휘자 정명훈이 추진하는 '남북 합동연주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파트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말한대로 남한 서울시향과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의 협연도 머잖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도한 해석은 금물이겠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은하수 관현악단의 젊은 단원들을 서울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문정(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