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서민이 시름하고 있다.
25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사이트 오피넷(http://www.opinet.co.kr/)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주유소의 ℓ당 휘발유가격은 2041.71원으로 전날보다 0.28원 올랐다. 서울이 2116.37원을 기록하면서 주말께 2200원 돌파가 유력해졌다.
24일 아내, 자녀 둘과 함께 쇼핑을 나섰던 이준혁(36) 씨를 통해 고유가 시대의 단면을 엿봤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송내-중동IC 부근에서 한 시간째 가다서기를 반복하자 이 씨가 나지막하게 욕을 했다. 부인이 "아이들 듣는데 왜 욕을 하냐"고 다그쳤지만 분을 삭히기 쉽지 않았다.
이 씨는 "평촌 주유소에서 기름을 5만원치 넣었는데 주유 게이지가 두 칸 밖에 안올라가더라. ℓ당 2100원이 말이 되느냐"며 "기름값 비싼 것도 짜증나는데 평소 5분이면 가는 거리를…"이라고 푸념했다.
김포IC를 지나자 차가 제 속도를 낸다. 목적지인 김포의 한 대형 쇼핑몰에 도착한 이 씨는 생각보다 많은 차가 주차장에 있자 또 한번 놀란다. 주차 자리를 찾느라 10분을 헤맨 이 씨는 "지상이나 지하나 기름 많이 먹기는 마찬가지"라며 혀를 찼다.
3시간여 쇼핑을 한 이 씨 가족은 귀가를 위해 오후 7시 차에 탔다. 그런에 이게 웬일? (영수증) 검표원 앞에 줄을 선 차량이 빼곡히 들어서있는데다 출차 방향으로 모인 차량이 사방에서 몰리면서 '출차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결국 지상으로 차를 빼는 데 30분이 걸렸다. '고생길'이었던 왔던 길로 가지 않고 남부순환도로를 택한 이 씨. 이번엔 화곡로~신월4거리 구간에서 발목을 잡혔다.
병목구간을 벗어나는 데 또 30분. 짜증이 폭발하려던 순간 룸미러 속에 비친 두 자녀와 아내는 서로 기대 자고 있다.
이 씨는 '안전 운전에 유의하자'고 다짐하면서도 "나도 졸린데…"하고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