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24)은 두 말할 필요없이 요즘 '대세남'이다. 무섭게 치솟는 인기에 현빈 ·장동건·원빈과 같은 조각 미남들도 당할 재간이 없다. 10대 학생부터 40대 아줌마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그의 눈빛 한 번에 두근거리고, 이민정같은 미녀스타들마저 이상형으로 꼽을 정도다. '국민 드라마'로 막내린 MBC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왕 훤 역을 통해 대한민국 여심을 한 방에 사로잡은 김수현과 만났다.
# '50억 CF 킹'…실감 안나는 현실
곤룡포를 벗자 짧은 헤어 스타일과 특유의 앳된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첫 사극이라 처음엔 한복을 입고 화장실 가는게 고민일 만큼 안절부절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일상복보다 더 편하다"며 환하게 웃엇다.
그동안 잠 잘 틈 없이 촬영을 해 온 탓에 피곤한 기색이 엿보였다. 촬영장을 벗어나지 못해 뜨거운 주위 반응도 어리둥절하다. 15개의 CF를 꿰차며 50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소식조차 마치 남 이야기 전해듣는 듯 시큰둥하다.
"촬영장에 오시는 팬 분들이 늘고 있는 정도만 알았어요. 아기 안은 어머니 팬을 봤을 땐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사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연상인 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나봐요."
연애와 이상형에 대해 묻자 "지금은 연애를 하지 않는다. 함께 있을 때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여성이 이상형이다. 연상도 상관없다"고 머쓱하게 답했다.
# '드림하이'이어 연타석 홈런
20대 초반까지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등에서 연기 잘하는 '명품 아역'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드림하이'에 이은 두 번째 성인 연기 도전작인 이번 드라마에서 홈런을 쳤다. 연우(한가인)를 향한 절절한 사랑과 외척의 득세 속에서 외로운 왕의 고뇌를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훤의 아픔이었는데, '해품달'을 하며 연기의 한계를 느꼈어요. 연기가 엉망일까 두려워 대사 첫 마디 떼는 것조차 어려웠어요. 특히 신하들에게 카리스마를 보여줘야할 국정 장면에선 대선배들과 마주하기만 해도 기부터 죽는거예요. 다행히 선배들의 배려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스트레스를 내색하지 않는 성격 탓에 더 힘들었다. "어머니가 '해품달'을 매 회 네 번 이상 다시 볼 정도로 좋아하셨다. 가족에게 힘든 점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고통에서 쾌락을 찾곤 한다. 천부적 재능이 있다는 칭찬은 아마 즐거움을 찾는 재능이라 생각한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극중 캐릭터와 닮은 점을 묻는 질문에는 "둘 다 매력있다는 거"라고 말하는 당당함도 드러냈다. 이어 "훤을 연기하면서 그의 똑똑함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 내가 꼽은 명대사 "옷 고름 한번 풀지"
고생을 많이 한 만큼 여운도 진하다. 마지막 촬영 땐 늘 훤의 곁에 있던 내시 형선 역의 정은표, 호위무사 운 역 송재림과 껴안고 펑펑 울었다.
물론 즐거운 기억도 많다. 인상깊은 대사로 각각 한가인과 중전 김민서에게 했던 "가까이 오지 마라", "옷 고름 한 번 풀지"를 꼽으며 웃었다.
한가인과의 키스신 땐 민망해 많이 웃었다. "키스신에서 내가 켜는 가야금 소리만 들어도 웃음이 나 NG가 여러번 났다. 결국 가야금 소리를 빼고 갔는데, 한가인씨 얼굴에 가까이 가니 또 웃음이 났다"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긴장은 여전했다. "자유 시간이 생긴다면 빈둥빈둥대며 먹고 자기만 하고 싶다"고 푸념하면서도 "'해품달' 이후 숙제를 한 가지 얻었다. 나만의 아우라를 만들고 싶다. 지금보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5월까지 밀린 CF 촬영 일정에 집중한 후 7월 개봉될 영화 '도둑들'에서는 전지현을 짝사랑하는 막내 도둑으로 돌아온다. '해품달' 후 밀려드는 시나리오에 행복하다는 그는 "작품의 선택 폭이 넓어져서 최대한 많은 역들을 해보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