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 복원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내건 MBC 총파업이 두 달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믿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마저 빨간 불이 켜졌다.
주요 예능 프로그램들의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부장 PD들이 한꺼번에 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예능 파트의 간부 PD들이 보직을 스스로 내려놓기는 MBC 역사상 처음이다.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권석 예능 1부장과 조희진 예능 2부장, 사화경 예능 3부장, 이민호 기획 제작 2부장은 전날밤 사내 게시판을 통해 "김재철 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평 PD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총파업 와중에도) 그 동안 제작 현장을 지켰던 것은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면서 "그러나 사장도 방문진도 노력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리 유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직 사퇴의 이유를 덧붙였다.
이들의 집단 사퇴로 총파업에도 정상 방송이 가능했던 '세바퀴'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황금어장' 등은 제작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또 30일 생방송으로 결승전이 치러질 '위대한 탄생 2' 역시 방송 여부가 불투명할 전망이다.
이로써 보직을 사퇴하고 총파업에 가세한 MBC 간부 직원들은 30여명에 이르게 됐다. 앵커로 낯익은 보도국 김세용 부국장과 최일구 부장 등은 지난달 마이크를 내려놓고 총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노조는 "프로그램의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현장을 지켰던 예능 보직 부장들을 김재철 사장은 체제 옹호로 호도했다"며 "외주로 넘긴 '우리들의 일밤' 25일 방영분 시청률이 1.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로 하락하는 등 스스로 경쟁력을 붕괴시킨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밤'은 일주일전 새로 선보인 코너 '꿈엔들'을 아무런 예고없이 이날 내보내지 않아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