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킹메이커
야심만만한 신참내기 홍보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은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 주지사의 대선 후보 경선 캠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다. 라이벌 캠프의 본부장 톰(폴 지아매티)은 스티븐에게 이적을 은밀히 제의하지만, 스티븐은 고민끝에 거절한다. 이 와중에 매력적인 인턴 몰리(에반 레이첼우드)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되고, 어느날 한밤중 함께 있는 호텔방에서 몰리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대신 받는다. 전화속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토록 믿고 따르던 주지사란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4·11 총선에 맞물려 다음달 19일 개봉될 '킹메이커'는 정치를 소재로 다루지만, 본격적인 정치 영화로 보긴 어렵다. 제작·연출·각본·출연으로 1인4역의 놀라운 맹활약을 펼친 클루니의 소개처럼 시작과 끝이 무척 명료한 스릴러에 가깝다.
그럼에도 메시지와 여운은 여느 정치 영화들보다 강하면 강했지, 못하지 않다. 권모술수와 이합집산이 난무하는 정치판의 추악한 이면, 야망을 위해서라면 웃는 낯으로 상대의 등에 비수를 꽂는 모습이 가감없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특히 의리를 강조하며 라이벌 후보 진영과 접촉한 스티븐을 매몰차게 해고한 모리스 주지사의 선거 캠프 본부장 폴(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자신의 뒤통수를 때린 스티븐에게 "네가 알고 있는 주지사의 약점을 내게도 얘기해 달라"며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는 장면은 현실 정치를 매우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클루니는 군더더기 없는 연출 실력을 과시한다. 선배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알맹이만 간추려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도대체 이 남자는 못하는 게 뭘까'란 의문마저 들 정도다.
여기에 주요 출연진의 호연이 곁들여지면서 근래 보기 드물게 이야기와 연출, 연기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는 수작이 탄생했다.
단 생소한 미국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을 사전에 조금 공부하고 볼 필요가 있겠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