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한마디가 4·11 총선판을 뒤흔들어 놓았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을 하루 앞 둔 28일 정치권이 유권자를 사로잡을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소모적인 네거티브 싸움을 하는 가운데 안 원장이 특유의 화법으로 '한방'을 날렸다.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네티즌들도 트위터 등을 통해 안 원장의 귀환을 알리며 다양한 목소리를 쏟아내는 중이다.
안 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총학생회 초청 강연에서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일으킬 수 있는 도구로 쓰일 수만 있다면 설령 정치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정치 참여 가능성을 이전과 달리 보다 강력하게 내비쳤다.
◆ 오늘부터 공식 선거운동 돌입
그는 특히 "우리나라 정치는 보수·진보가 너무 심하게 싸운다"며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가 정치에 관해 발언한 것은 지난달 6일 재단설립 계획을 발표한 기자회견에 이어 50여 일만이다.
여론의 바로미터인 주가는 안 원장의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안철수연구소는 가격제한 폭 직전(14.96%포인트)까지 오른 8만9900원에 거래됐다. 잘만테크는 14.89%(3510원), 우성사료는 14.81%(2480원)에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실 공천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여야가 최근에는 민생과 관련 없는 색깔론 공방 등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국민들을 또다시 절망에 빠뜨린 탓에 '안철수 바람'이 또다시 몰아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네티즌들은 귀환 환영
새누리당 이혜훈 상황실장은 안 원장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새누리당에 유리할 것 같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고 경계했다.
민주통합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안 원장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야당에 참여하는 것이 맞고 그게 정직한 태도"라면서도 "야당이 감나무 밑에서 입을 열고 기다리는 태도로 안 원장의 행보를 주목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네티즌들은 '안철수의 귀환'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안철수 같은 현명한 분들이 적절한 때 행동으로 보여줘 고맙다"는 의견부터 "문재인과 러닝메이트가 될 것을 약속하고 경선을 벌이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전문가들도 여야가 총선을 거치면서 국민이 정권을 맡겨도 좋다는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안철수 바람이 정치권 전체를 다시 삼키는 태풍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원장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와 일정정도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며 "안 원장의 관심은 총선에서 이어지는 대선구도"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