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라면 빠지지 않고 적극적이었던 이명호(41)씨는 요즘 다가오는 4·11 총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후보들의 유세 현장이나 언론보도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TV 광고를 보다가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투표용지에 찍는 도장의 문양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4.11 총선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익 캠페인이 국민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람 크기 만한 대형 투표도장이 대한민국 곳곳을 굴러다니며 유권자들을 몰고 다니는 독특한 장면이 때문이다. 올해 양대 선거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김병만이 직접 붉은 원통 속에 들어가 몸을 뻗어 투표도장 모양을 만들어냈는데, 바로 이 장면 때문에 '투표도장 모양에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 '사람이 직접 만들었으니 혹시 사람인(人)자 인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도장 속에 표기된 무늬는 한자 '점 복 (卜)' 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투표시 정해진 모양의 선거용 도장을 통해서만 표시하도록 돼 있다.
1985년 이전 선거에서는 'O' 모양의 여러가지 용구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투표용지를 반으로 접었을 때 잉크가 반대편에 묻어날 경우 'O' 모양으로는 정확한 판독이 되지 않아 이중투표로 무효표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13대 총선부터는 무늬의 삽입이 시작됐다. 1994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卜자 표기가 삽입된 도장이 공식적으로 사용 중이다. 즉 현재의 투표도장의 모양에는 무효표 발생을 방지해 정확한 유권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중히 행사한 한 표가 무효표로 전락한다는 것은 이만저만 소모적인 일이 아니다. 또 사소한 실수로 무효표가 많아질 경우 투표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달인 김병만이 온몸으로 구르며 투표 도장을 형상화했듯이 4·11 총선 투표율도 쑥쑥 끌어올릴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배동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