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불법사찰 파문이 1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판도는 물론 연말 대선 정국까지 뒤흔들 메가톤급 태풍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KBS 새노조가 고위 공직자는 물론이고 재계, 언론계, 노동계 등 민간인까지 불법 사찰한 문건을 폭로하자 야당은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80%가 참여정부 시절 작성된 사찰 문건'이라고 반격에 나섰지만 역풍이 만만치 않다.
◆ '몸통자처' 이영호 영장 청구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몸통'이라고 자처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1일 뒤늦게 청구했다. 늑장·부실수사라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검찰은 '사즉생의 각오로 성역없는 수사를 진행해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는 긴급브리핑까지 했다.
총선 승리를 자신했던 새누리당은 서둘러 특검도입을 주장하며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정권, 이번 정권할 것 없이 모두 나를 사찰했다"며 스스로를 '피해자'로 규정, MB정권과 선 긋기에 나선 상태다.
청와대는 아예 반격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을 통해 "폭로된 문건 중 80%는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사찰 문건"이라며 이번 사건을 진실게임으로 몰고 갈 뜻을 내비쳤다.
◆ "현 정부 민간인 사철 86건"
문건을 폭로했던 KBS새노조는 트위터를 통해 "청와대가 말하는 80%의 문건은 대부분 경찰의 내부 감찰이나 인사 동향 등 단순보고 문건이므로 청와대의 말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은 1일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박정희 군사독재 때나 있던 권력의 국민 사찰, 더러운 정치, 감시 정치가 유령처럼 살아났다"고 강조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도 불법사찰에 대한 글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에서 워터게이트가 터졌을 때 대통령은 사임하고, 정부 고위관료 수십 명이 감옥에 갔다"는 지적부터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한다면 청와대에 의뢰하세요. 불륜 현장을 실시간으로 분단위로 사찰해서 알려드립니다"는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특히 전 정부를 언급한 청와대의 발표에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진짜 사랑하나보다. 걸핏하면 언급하게"라는 조롱석인 댓글도 올라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총선은 물론 대선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파장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정권 심판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야당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선숙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은 "1992년 초원복집 사건은 오히려 보수표의 결집을 불러왔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