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빈(25)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영화에서 보여준 핑크 헤어와 다크 비주얼을 말끔히 지우고 나타났다. 계산하지 않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생기 있는 캐릭터를 찾아 나선다는 그가 택한 영화는 지난달 29일 개봉한 '시체가 돌아왔다'. 변화무쌍하고 전형적이지 않은 작품 스타일이 배우와 닮았다.

시나리오 쇼킹해 바로 출연 결정

영화는 비밀이 숨겨진 한 구의 시체를 놓고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이를 빼돌리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코미디다. 그는 의식을 잃고 누운 아버지를 대신해 막무가내로 시체 탈환 경쟁에 나서는 동화를 연기했다. 데뷔작인 '여고괴담4'의 제작사 씨네2000의 작품으로, 이춘연 대표의 추천이 캐스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이 대표님이 동화와 제가 무척 닮았다면서 감독님께 추천하셨어요. '여고괴담' 때 멋 모르고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던 모습이 떠올랐나봐요. 전 개인적으로 시나리오를 보고 쇼킹한 재미에 바로 출연을 결정했죠."

복잡하고 촘촘하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개성 강한 인물들이 무더기로 등장하면서 중심을 잡고 이들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저도 튀어 보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감독님이 꾹꾹 눌러주셨죠. 현철(이범수)과 진오(류승범)와 항상 함께 다니기 때문에 저는 늘 그들과 함께 카메라에 잡혀 있었죠. 게다가 말 수도 적은 인물이라 리액션 훈련을 제대로 했답니다."

지난 여름을 촬영장에서 함께한 류승범은 "더 친해지고 싶고, 늘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고, 이범수에 대해서는 "즐겁게 농담을 하다가도 카메라만 돌면 진지해지는 선배님.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자세를 곁눈질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유다인과 육탄전을 벌일 때는 치마가 올라갈 까봐 가려주는 이범수의 매너손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막내 동생도 연기자가 꿈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영화 속 모습과 달리 고향의 부모를 대신해 서울에서 두 여동생을 돌봐온 정 많고 사려깊은 여자다. 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대는 것은 물론 보호자 역할까지 한다.

6년 전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 자신의 아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막내 동생은 벌써 고3이 됐다. 영화의 흥행 만큼 중요한 올해 소원은 두 여동생이 잘 되는 것이다.

"막내는 올해 수능을 잘 봤으면 해요. 예고에서 연기를 전공하는데 저보다 나은 것 같아요. 훌륭한 연기자가 됐으면 해요. 그리고 둘째는 제 옷 좀 그만 뺏어 입고 시집갔으면 좋겠어요. 호호."

대학을 갓 졸업한 동생의 결혼은 바라지만 자신은 동생들에게 뺏긴 자유를 좀 더 누리고 싶다고 했다. 록밴드 스키조의 멤버 허재훈과 3년째 교제 중이며 지난해 여름 록페스티벌 무대에서 키스 퍼포먼스로 교제 사실을 공개했다. 허재훈은 현재 한 국립병원에서 외과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9살 연상인)남자 친구 나이가 있어서 은근히 원하는 것도 같아요. 하지만 제가 아직 어리잖아요. 남자 친구가 주는 안락함과 안정감을 아직은 연인 사이로 좀 더 느끼고 싶어요."

차기작선 인텔리한 인물로 변신

정재영과 함께 영화 'AM 11:00'의 주연을 맡아 다음달 촬영에 들어간다. 타임머신을 개발해 다음 날 오전 11시로 갔지만 연구원들이 모두 살해된 미래를 보고 과거로 돌아와 살인 사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흥행시킨 김현석 감독의 차기작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연구원 역이에요.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 가장 인텔리한 인물이죠. 배우로서 뚜렷한 목표는 없어요. 연약해 보이지만 않았으면 해요.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여러 작품 가리지 않고 연기하고 싶어요."/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