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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시간이 '잽'을 날린다고?

지난해 풀리처상 수상 소설... 스토리, 형식 '황홀'



"아는 사람인 척 해!"

으슥한 골목에 접어들 때면 아니나 다를까 얼굴도 모르는 형(또는 언니)들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던지는 말이다.

돈이나 물건을 빼앗고 심한 경우 안면과 복부에 데미지를 입히는 '깡패'다. 그래서 우리는 대학이나 군대에 가서 "학번이 깡패다" "군번이 깡패다"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위축되고 '먼저 들어온 자'에게 복종한다.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할 대상을 '깡패'로 규정한 미국 소설, 그것도 지난해 '풀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 국내에 출간됐다.

'깡패단의 방문(제니퍼 이건·문학동네)'. 이름만 봐서는 B급 액션이나 활극을 다루는 작품처럼 느껴지지만 이 소설 참 대단하다.

책에서 말하는 깡패는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만물은 소멸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류의 뻔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면 '두 줄 위의 문장'을 다시 확인하라.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책은 지난해 '퓰리처상'을 먹었다.

살아온 나날의 때가 묻은 타인의 물건을 훔칠때마다 시간을 소유한다고 생각하는 여자, 소싯적엔 혈기왕성한 로커이자 잘 나가는 프로듀서였지만 지금은 퇴물 취급을 받으며 아픈 과거를 떠올릴때마다 주차권에 기록하는 남자, 음악회가 열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자는 그 시간을 갖지 못한 도태된 자라고 믿는 강태공.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은 우리의 데자뷔처럼 다가온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나 아직 안죽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분기탱천한 또 다른 우리는 발끈하고 또 발악하지만 결국 시간이라는 깡패 앞에서는 꼼짝할 수 없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인정하자. 우리는 아니 만물은 결국 망가질 것이란 슬픈 현실을. 하지만 이 소설은 '아직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망가질때 망가지더라도 최대한 그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 비밀이 이 책에 담겨있다. 힌트는? 술만 마시면 했던 얘기 또 하고 되뇌이고 듣는 사람 열받게 하는 우리의 아버지, 직장 상사에게서 찾을 수 있다.

'깡패단의 방문'은 디지털시대에 맞게 디지털 트렌드를 반영한 서술 방식으로도 눈길을 끈다.

이야기의 순서를 뒤섞는 것은 기본이고 문자메시지와 파워포인트를 스토리를 전달하는 매개로 사용하는 등 형식이 파격적이다.

책을 내려놓는 순간 '한 장의 명반처럼 끊임없이 리플레이하게 하는 책(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미국 소설의 새로운 고전(타임)'과 같은 현지 언론의 찬사가 폐부를 찌를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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