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처녀항해에 나섰다 빙하 충돌로 침몰한 타이타닉 호와 그 배에 승선했던 잭과 로즈의 안타까운 러브 스토리를 담은 '타이타닉'은 잘 알다시피 1997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18억4000만 달러라는 경이적인 흥행 성적을 올린 영화다.
타이타닉 호 침몰 100주기를 맞아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론 감독과 그의 팀이 5년간 200억 원을 들여 3D라는 새 옷을 입은 '타이타닉 3D'는 어떤 느낌일까? 완벽주의자인 캐머론 감독이 로맨스 드라마인 '타이타닉'을 어떻게 3D로 변환시켰을까는 너무 궁금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이미 '어비스'로 해저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던 캐머론 감독은 초반 북대서양 해저에 침몰한 타이타닉 호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마치 3D 해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한다.
이후 이젠 노인이 된 로즈의 눈을 통해 과거로 돌아간 영화는 시끌벅적한 항구를 카메라가 질주한다. 해저에 갇혀 있던 답답함을 뻥 뚫어주는 시원함이 3D의 입체감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후 프랑스 왕조의 궁을 연상시키는 타이타닉호 의 내부를 훑으면 공간의 입체감이 살아나며 잠시 승객이 된 느낌을 갖게 된다.
드라마에 있어서도 90년대 꽃미남 배우계를 평정했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케이트 윈슬렛의 얼굴에 깊이감이 생겨 그들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또렷이 느껴진다. 물론 수없이 많이 패러디 됐던 선상 신은 여전히 아름답다.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기 전 선실의 장면은 3D 효과가 살아나며 긴박감을 준다. 아쉬움이라면 침몰 장면이다. 소스 필름이 입체감보단 스케일과 상황묘사에 치중했기 때문에 3D의 느낌이 잘 살지 않는다. 허나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사랑하는 로즈를 곁에 두고 입김이 잦아들며 서서히 얼어가는 잭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세월이 지나 3D의 새 옷을 입었어도 명작이 주는 감동은 역시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