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배틀쉽'의 남녀 주연 테일러 키치(31)와 브룩클린 데커(25), 피터 버그(48)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일본을 거쳐 3박4일의 일정으로 4일 내한한 이들은 5일 서울 성동구의 한 복합상영관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에 참여한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니버설 창립 100주년 기념작으로 기획된 '배틀쉽'은 2억 달러(약 2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지구인과 우주인의 대결을 그리며 11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된다.
▶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남자
우리에게 2009년작 '엑스맨 탄생 : 울버린'과 얼마전 공개된 SF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으로 얼굴을 알린 키치는 모델 출신으로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남자배우다. 외계인에 맞서는 해군 대위 알렉스 하퍼 역으로 출연한 이번 작품을 위해 10년 넘게 고수해 오던 긴 머리를 과감히 잘랐을 만큼 열의를 보였다.
전작 '존 카터…'에 이어 두 편 연속 외계인을 상대하면서 몸고생이 극심했을 것같다는 질문에 "촬영이 힘들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버그 감독을 100% 신뢰했기 때문인데, 9월에도 버그 감독과 함께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의젓하게 답했다.
알고 있는 한국 배우로는 '…울버린'에서 호흡을 맞췄던 다니엘 헤니를 꼽았다. 헤니에게 전화로 한국 나들이 계획을 알리고 5일 밤 열리는 시사회 참석을 부탁했지만 바쁜 일정으로 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또 "한국영화을 아직 잘 모르지만 얼마전 윌렘 데포의 아내로부터 한국영화 10편을 추천받았다. 이번에 돌아가면 한국영화를 제대로 공부할 참"이라고 덧붙였다.
▶ 테니스 스타 로딕의 아내
데커 역시 모델로 먼저 유명해졌다. 눈부신 금발과 앳된 미모, 175㎝의 늘씬한 키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그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 등 유명 잡지의 표지를 독점하면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테니스 스타 앤디 로딕의 아내로도 유명하며, 이번 작품에서는 하퍼의 약혼녀인 물리치료사 사만다로 나와 터프한 매력을 발산한다.
빨간색 원피스와 검정 재킷에 모델 특유의 캣워크로 기자회견 단상에 나선 데커는 "노출 장면이 없어 아쉬워하는 팬들도 일부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럴 만한 성격이 아니다"면서 '함께 출연한 무기 전문가 코라 역의 팝스타 리한나와 나는 원래 글래머러한 이미지가 강한데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정 말 기뻤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 한국영화 '올드보이' 좋아해
버그 감독은 한국과의 오랜 인연을 특히 강조했다. 아버지가 해병대로 한국전쟁에 참전했으며, 예전부터 김치를 워낙 좋아해 한국에 오자마자 24파운드(약 10㎏)의 김치를 먹어치웠다고 털어놔 폭소를 자아냈다.
또 "많은 한국영화들 가운데 '올드보이'를 정말 좋아한다. 액션신이 끝내준다"며 "한국영화를 잘 모르는 키치에게 ('올드보이'의) DVD를 보내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이날 발언중 가장 압권은 이병헌을 향한 러브콜. "만약 속편을 찍는다면 좋아하는 이병헌을 한국 해군 장교로 캐스팅하고 싶다"며 "이병헌을 아는 사람들은 내 얘기를 꼭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연기자로 시작해 '킹덤'과 '핸콕'으로 연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태평양전쟁의 무대였던 하와이에서 한때 적이었던 미국과 일본 군인이 손잡고 외계인을 물리는 설정에 대해 "자료 조사차 찾은 진주만에서 함께 정박돼 있는 두 나라의 군함을 보면서 무척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용서의 힘'이란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게공/'레몬트리 디자인/전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