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과 패션쇼를 접목한 '2012 케이컬렉션 인 서울'이 열린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 빅뱅, 슈퍼주니어, 시크릿 등 K팝 스타를 만나려는 외국인 관객이 몰리는 바람에 행사 관계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패션쇼를 관람한 차잇송(24·태국)씨는 "엠블랙을 보러 왔는데 멤버인 이준씨가 입은 옷이 너무 멋져보여 사고 싶었다"며 "친구들은 한국 패션 브랜드 이름을 외우는 건 물론 직접 사러 갈 정도"라고 말했다.
K팝 열기에 힘입어 '패션 한류'가 확산하고 있다.
외국인 K팝 팬들이 아이돌 가수의 패션에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의 패션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특히 젊은 해외팬들 사이에서 '코리아'라는 브랜드가 트렌디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국내 패션브랜드의 위상까지 치솟고 있다.
올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합동 패션 이벤트(KISS)'는 사흘간 3만3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소녀시대, 카라, 시크릿 등 국내 인기 가수와 디자이너 이상봉 등이 참여해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패션쇼에 참가한 스파이시 칼라의 김주희 대리는 "행사가 끝나고 쇼에 선보인 제품을 이세탄 백화점에서 팔았는데 놀랄 정도로 많이 팔았다"며 "그 뒤로 현지 백화점측에서 입점 문의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실제 K팝 스타들이 '패션 한류' 열풍에 미치는 영향력은 예상을 뛰어 넘는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장근석은 '한류 패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최근 패션지 화보에서 착용한 백팩과 의상을 한국·일본에서 동시에 '완판'시켰다.
현대백화점 패션매장의 한 관계자는 "일본 관광객들은 소녀시대, 카라의 사진을 가져와 똑같은 브랜드의 옷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패션 브랜드들은 K팝 스타들에게 자사의 옷을 한 번이라도 더 입히려고 안간힘을 쓴다.
패션 PPL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한류스타들이 입는 옷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몇몇 브랜드는 가수들의 코디네이터에게 웃돈까지 얹어주면서 옷을 입혀달라고 한다"고 귀띔했다.
'패션 한류' 바람에 국내 디자이너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7일까지 열리는 '2012 춘계 서울패션위크'에 참가 디자이너들 중 일부는 패션쇼 무대를 유튜브·트위터로도 알려 한류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기존의 '보여주기 식' 패션쇼에서 나라를 뛰어넘는 쌍방향 컨텐츠로 새로운 도전을 한 셈이다.
이같은 변화는 K팝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홍익대 경영대학원 고정민 교수는 "K팝 열풍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불었듯이 실험적인 패션쇼 영상도 이를 통해 널리 퍼지면 전세계에 한국의 패션을 알리는 알짜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싱가포르 브랜드 링우의 디자이너 고링링은 "싱가포르에서 유행 중인 한국 패션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며 "한국 패션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지원기자 pjw@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