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 해군들이 하와이 앞바다에 모두 모여 림팩 해상 훈련에 돌입한 첫날, 정체 불명의 괴물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셰인(리암 니슨) 함장은 조사를 지시한다.
엘리트 군인 형 스톤 하퍼(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권유로 해군에 입대했으나 학업에 별 뜻이 없는 사고뭉치 대위 알렉스(테일러 키치)는 무기 전문가 레익스(리한나) 등과 조사에 나서고 괴물체에 손을 대자마자 감전 사고를 당한다.
그 순간 자기장 보호막을 친 괴물체는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어댄다. 상대의 공격으로 형을 잃은 알렉스는 복수심에 불타올라 반격을 결심하지만, 상대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11일 개봉될 '배틀쉽'은 유명 완구사 하스브로의 고전 보드게임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SF의 흔한 소재인 외계인의 침공이 바다를 무대로 펼쳐진다는 게 이색적이다.
우선 2억 달러(약 2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답게 스케일은 압도적이다. 소금쟁이처럼 물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외계우주선들을 비롯해 곳곳에서 컴퓨터 그래픽을으로 도배한 볼 거리가 넘쳐흐른다.
여기에 과거 태평양전쟁의 숙적이었던 미국과 일본이 손을 잡는다는 설정을 더한다. "지구는 미국인들만 지키냐"는 해외 관객들의 불만을 의식한 듯한 영리한 제스추어다.
그러나 덩치 큰 블록버스터의 오랜 약점인 스토리의 부재는 피해가지 못한다. 외계인을 '절대악'으로 규정하지 않은 점은 그럭저럭 신선하지만, 결말부로 흐를수록 '그럼 도대체 쟤네들이 싸우는 이유가 뭐야'란 궁금증이 커진다. 맹목적인 애국심에만 호소하면서 용두사미로 흘렀던 '인디펜던스 데이' 등에 비해 조금은 낫지만….
항상 그렇듯이 '왜'를 잊고 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는 얻을 수 있을 듯싶다. 그러나 똑똑한 블록버스터들이 쏟아지는 요즘, 아쉬움이 남는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