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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살롱 드라마 '사진 속의 젊은이'

한 노숙자가 성당을 찾아든다. 그곳은 그의 젊은 시절의 추억이 담겨져 있는 현장이다. 그런 그를 20년이 지났음에도 알아보는 신부. 그 신부는 이 노숙자가 사랑했던 여인의 동생이고, 신부는 누이를 데려오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그 사이에 이 노숙자가 살아온 인생의 역정이 펼쳐진다. '사진 속의 젊은이'라는 제목의 연극이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중견 연기자 권병길의 열연이 극 전체를 끌고 가는 이 드라마는 극단 '신협'의 작품이다. 신협은 1947년 유치진, 이해랑, 김동원, 백성희, 황정순, 최은희 등 우리 무대예술의 중추를 이룬 이들이 창립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극단이다. 그러기에 신협의 무대에서 우리는 한국 드라마 예술의 고색창연한 역사를 보게 된다.

그건 대학로의 연극무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진지한 연극이 관심을 받기 어려운 시대에, 삶 자체를 던져 연기하는 무대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사진 속의 젊은이'는 70·80년대의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희생된 한 사나이의 청춘과 사랑, 그리고 고독과 좌절의 내면 풍경을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비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정치범으로 출소한 이후, 학생운동을 하다 지금은 권력자가 된 친구는 그를 보고 처음엔 반가와하다가 "넌 현실감이 없어"하고 내뱉는 대사는 이 시대의 의표를 찌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극이 충무로에 있는 무비 하우스 2층 작은 공간에서 '살롱 드라마'의 형식으로 매우 월요일마다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객석에는 소파가 놓여 있고, 무대는 관객 바로 앞에 설치되어 있어 객석과 무대는 구분되지 않는다. 관객은 연극을 보고 있는 사이에, 그 자신이 드라마의 일부가 돼간다. 누이 역 장연익이 응어리진 아픔을 승화시켜나가는 모습이나, 신부 역 승주영이 맑은 눈동자로 펼치는 정갈한 연기 역시 집중도를 높인다.

소극장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무대공간에서 객석을 바로 마주하고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무대장치나 조명을 비롯한 여러 조건들이 첨단의 무대기술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는 낯설다. 하지만, 그와 같은 무대 위에 우뚝 선 연기자들의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우리 연극사의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극 '사진 속의 젊은이'는 다름 아닌, 흑백사진에 담긴 우리 자신의 젊은 시절 자화상처럼 다가온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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