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파문 때문에 야당에 표를 줄려고 했는데 교회를 폄하한 김용민 후보 얘기를 듣고는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여야가 내놓는 복지정책도 비슷하고 인물도 그만그만해 누굴 찍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서울 은평구 북가좌동 하성민(46)씨.
4·11 총선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밑바닥 표심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메트로신문이 종로·용산·영등포·은평 등 서울 주요 지역구에서 유권자를 직접 만나본 결과, '세대 전쟁'이라는 신조어처럼 20·30대는 야당, 50·60대는 여당지지를 밝히고 있지만, 승패의 캐스팅보드를 쥔 40대는 이슈에 따라 흔들리는 표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 "여당, 지역위해 뭐했나"
8일 서울 영등포에서 만난 송(45) 모씨는 "그동안 여당을 지지해 왔지만 우리 지역을 위해 해준 것이 거의 없어 이번엔 솔직히 회의감이 든다. 그렇다고 야당을 찍을 수도 없고 고민"이라고 말했다.
종로의 이(46) 모씨도 "정치인들이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도록 투표는 반드시 할 생각"이라면서도 "인물을 보느냐, 정당을 보느냐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반면 영등포구 신길역에서 만난 대학생 박(22) 모씨는 "현 정권은 대학등록금·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투표를 통해 젊은 층의 분노를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평구의 김(36) 모씨는 "정부가 민간인을 불법사찰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며 "불법사찰에 대한 사과는커녕 막말을 꼬투리 잡아 슬그머니 넘어가려는 여당의 작태가 한심할 따름"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 "새누리도 맘에 안들지만..."
그러나 50대 이상의 표심은 확실히 달랐다. 은평구 교회 앞에서 만난 김수미(56) 씨는 "교회를 척결대상이라고 말한 후보를 사퇴시키지 않고 감싸는 야당의 저의를 모르겠다"며 "새누리당도 마음에 안들지만 민주당에는 결코 표를 주고 싶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태원동에서만 35년 째 살았다는 강혜순(63)씨는 "6·25를 겪어봤던 세대들은 휴전국가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며 "이번 선거도 인물보다는 안보를 중시하는 정당을 보고 찍겠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표심 때문인지 시민들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택시기사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20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택시기사 김(59) 모씨는 "때가 때인지라 손님 중에도 이번 총선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많은데 손님과 다른 의견을 말했다가 곤욕을 치룬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총선 특수도 없는데 손님들 눈치까지 봐야하니 하루 빨리 총선일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이국명·배동호·김유리·장윤희기자 km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