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사건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경찰이 범인을 제대로 잡지 못한데다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젠 위급한 상황에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청창이 뒤늦게 사퇴를 발표하며 대국민사과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사건 발생 여드레만인 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경찰의 무성의가 이런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고 축소와 거짓말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쳐드린데 대해 깊이 자책하며 진심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오후에는 서천호 경기경찰청장도 사표를 제출했다. 경찰의 부실한 대응이 명백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조 청장의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처럼 커진 것은 경찰이 사건 축소·은폐를 위해 닷새 동안 무려 10차례나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12 신고가 15초 정도로 짧아 신고 장소를 알아내기가 어려웠다'는 초기 해명부터 출동 경찰 병력, 신고전화 접수시간, 탐문수사 등 경찰의 내놓는 말마다 줄줄이 거짓말로 밝혀졌다. 특히 '119와 연계해 위치추적을 했다'는 해명과 달리 유가족에게 '직접 119에 위치추적을 요청하라'고 말했던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2008년 취임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경기도 일산에서 일어난 초등학생 납치 미수 사건과 관련, 일선 경찰서를 예고 없이 방문해 "어린아이들에게 참혹한 일이 일어나서 심란하다"며 경찰관들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한 이후에도 사건을 축소 은폐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찰의 악습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네티즌들은 "더이상 경찰의 말을 어떻게 믿냐"며 분노의 댓글을 퍼나르고 있다.
"경찰의 조치가 빨랐다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에서부터 "경찰 신고를 무슨 택배접수합니까?" "분노로 손이 떨린다"라는 비난까지 경찰의 허술했던 대응을 꼬집는 글이 봇물을 이뤘다. "경찰이 황제룸살롱 업소관리는 잘 하면서 다른 건 뭘 잘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으며 "경찰이 쓰는 세금이 아깝다"는 네티즌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신고센터에 베테랑을 배치하고, 축소 은폐 거짓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등 경찰 체제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12신고센터에는 긴급 상황에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베테랑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면서 "경찰청 예규인 112신고센터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 이외에도 보다 세분화, 전문화돼 현실적인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매뉴얼과 교육·훈련 필요하다"고 말했다./배동호기자 elev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