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빚이 400조원을 넘었다. 정부는 그제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가 420조7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전년보다 28조5000억 원 늘었다. 중앙정부 채무가 402조8000억 원, 지방정부 채무가 17조9000억여 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34.0%로 전년(33.4%)보다 0.6%포인트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GDP대비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02%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안심할 것만은 아니다. 실질적인 국가 부채인 공공기관(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채무까지 합하면 800조원이 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주에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부채에 공기업 등의 부채를 합친 공공부문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802조6629억 원이다. 전년 보다 85조2637억 원이 늘어났다. 사실상의 국가부채는 GDP대비 30%대가 아니라 60%를 넘는 셈이다.
걱정은 앞으로 국가 채무가 고령화 등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조세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복지 지출을 현행대로 유지하더라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0년에는 42.55%, 2030년에는 61.91%, 2040년에 94.34%, 2050년에 137.74%로 크게 늘어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A1 긍정적'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하면서 북한 리스크와 함께 공공부문 부채와 가계부채를 한국경제의 취약점으로 지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거꾸로 가고 있다. 나라 곳간이야 어찌돼든 표만 얻으면 된다는 식으로 무상보육,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등 온갖 달콤한 복지 정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정부의 분석에 의하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4.11총선' 때 발표한 복지 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5년간 최소 268조원이 든다고 한다. 총선 때 이 정도니 연말의 대통령선거 때는 그 규모가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 없다.
나라 재정을 감안하지 않는 과잉복지는 빚이나 마찬가지다. 나라 곳간이 비게 되면 국가경제는 파탄을 맞게 마련이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그 교훈이다. 더 방치하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의 해인 올해는 특히나 정부의 부채 관리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한편 정치권의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건전 재정을 지켜낼 책무가 있다. /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