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거는 단순명확한 보수 대 진보 구도로 귀결됐다.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20개 정당 가운데 보수진영의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진보진영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만이 살아남았다.
18대 의석에 비해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대폭 의석이 축소된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약진한 격이지만,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야권연대가 승승장구했던 것에 비춰보면 야권연대의 패배로 평가할 수 있겠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보수연대로 의석 과반을 유지할 수 있어 정국 주도권을 야권연대에 넘겨주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것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큰 소득인 것으로 비친다.
반면 낙동강벨트의 야전사령관으로 정치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당선자에게는 시련의 계절이 시작될 전망이다.
4~5석을 예상했던 낙동강 벨트에서 자신을 제외하고는 거의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조경태 당선자가 있긴 하지만 문재인 당선자 계보로 보긴 어렵다.
따라서 정치권 바깥에 있는 안철수 교수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희비가 갈린 원인은 역시 투표율이다. 전문가들은 선거전 55% 투표율을 분수령으로 봤다. 그 이상이면 야권연대가, 그 이하면 새누리당이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최종 투표율은 54.3%. 야권연대에 다소 불리한 결과였고 의석분포도 그 투표율이 결정했다.
새누리당이 승리하긴 했으나 18대 국회처럼 야권연대에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못함에 따라 대선 때까지 여야의 대결은 더욱 첨예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의석 구도가 중간지점이 없이 색깔이 뚜렷한 보수정당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으로 양분됐기 때문에 충돌은 강도는 18대 국회보다 훨씬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민간인 불법사찰, 친인척 비리 등은 새누리당의 운신을 좁히는 요인이다. 새누리당이 계속 이명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보수의 한 축인 자유선진당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새누리당 편에 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선 이후 대선 전 어느 시점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단절을 시도할 것인가 하는 점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의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 격인 여야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로 정국은 더욱 혼미상태로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서영석(정치평론가, 전 국민일보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