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기 작사 제라드 비통과 미셸 뮌즈가 공동 제작한 연극 '게이 결혼식'은 대학로의 흥행작인 '라이어'와 '보잉보잉'을 연상시킨다.
세 작품 모두 바람둥이가 주인공이고, 거짓말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이 비슷해서다.
결혼은 부담스럽고 여러 여자들과 연애만 즐기고픈 앙리는 "결혼하면 100만 유로를 주겠다"는 고모의 유언에 마음이 흔들린다. 자유로운 생활도, 돈도 포기하기 싫은 그는 친구 도도와 거짓으로 동성 결혼식을 올리고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도도는 집에 온 낯선 남자를 앙리의 고모가 보낸 감독관이라 생각하고, 게이처럼 연기한다. 그러나 찾아온 사람은 다름아닌 앙리의 아버지. 사정을 밝힐 수가 없어 거짓말로 사태를 모면해 보려 하지만 아버지를 속이지 못한다. 상황은 뜻밖의 놀라운 반전으로 급 수습된다.
더 큰 문제는 앙리가 여자친구 엘자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일어난다. 앙리는 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갖 거짓말로 사태를 무마하려 한다. 도도를 정신 연령이 유아기에서 멈춘 동생으로 소개하는 등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로 이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간다.
이 연극만의 재미가 있다면, 결혼식을 올리고 앙리와 도도가 나누는 대화다. "내가 잘못했다" "뭘 잘못 했는데" "함께 있어달라고 말해줘" 등 이들의 대화는 마치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부부의 대화같다. 게이 부부로 위장한 두 남자의 리얼한 대사가 색다른 웃음을 유발한다.
앙리 아버지 역의 남문철과 서현철, 앙리 역의 최덕문, 도도의 김늘메 등 코믹 감각이 뛰어난 배우들이 치밀하게 조직된 거짓말 게임의 주역들로 나선다.
바람둥이와 거짓말을 소재로 한 작품들 가운데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완성도는 더 탄탄하고 묘한 재미가 있다. '게이 결혼식'이 앞선 두 흥행작과 비슷한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이유다. 7월 1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