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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배순탁의사운드컬처] 감성 단비, 하루쯤 망쳐도 좋아



1990년대 후반 '라디오헤드'로 대표되는 우울한 영국 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무풍지대는 아니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영향을 받아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그들 가운데 아일럿이라는 무명 밴드가 있었다. 얼마 뒤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제목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김종완(보컬), 이재경(기타리스트),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 어느덧 청년으로 자란 4명의 친구들이 결성했던 그 밴드, 바로 넬이다.

현재까지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깜놀'이다. 홍대 인디 신에서 소박하게 출발했지만, 어느새 새 음반 '슬립 어웨이'의 티저 영상을 1·2차로 나눠 발표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으니 말이다. 완성도를 왈가왈부하기 전부터 화제몰이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 넬의 높아진 위상을 우선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다.

사실 '슬립 어웨이'의 초반부는 그 동안 넬이 들려줬던 '익숙한 것들의 모듬'에 가깝다. 그래서 다소 실망하려는 찰나, 5번째 트랙인 '스탠딩 인 더 레인'이 확 날아와 박혔다.

이 곡은 이를테면 넬 음악 세계의 '확장된 표현형'이다. 반복과 중첩을 근간으로 스케일을 대폭 넓혀 듣는 이들의 마음 속에 지울 수 없는 인장을 남긴다. 가장 잘해왔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그 무엇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까. '스탠딩…'부터 '호플리스 발렌타인'까지 '주술적인 선동의 미학'과 더불어 방점이 찍혀지지 않은 구석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만듦새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사운드 퀄리티가 짜릿함을 안길 만큼 빼어나다. 더욱 치열한 접근법으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도구들을 활용하려는 뮤지션으로서의 자세를 실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본인들은 기분 나빠할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은 영국 그룹 뮤즈를 연상할 것이다. 개성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서정의 사도'를 자처하는 와중에도 몰아(沒我)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줄 안다는 얘기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특유의 가사 쓰기다. 여전히 이들에게 노랫말이란 '흔들리는 삶의 어쩔 줄 모르는 언어'쯤 된다. 요즘 같은 날씨에 자칫 방심했다간 알 수 없는 비애가 몰려와서 하루를 망치게 되는 가사다.

이 정도면 4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을 결코 헛되게 하지 않을 작품이라 부를 만하다. /배순탁(음악평론가·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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