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고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향후 행보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부산 사상에서 출마한 손수조 후보였다. 문재인 후보에 대비해 적지 않은 43.8%를 확보했다는 것은 어떤 결심을 내리기에 꽤 미묘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번에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3000만원 전세금 논란 때처럼 패배했다고 왈칵 울지도 않고 도리어 큰 소리로 웃으며 "저 정치하고 싶어요"를 외친다. 실제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도 이길 것을 확신하고 있었고 출구조사 결과가 믿기지 않아 웃어넘기며 '막판에는 뒤집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학창시절 단 한 번도 반장, 학생회장 선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패배를 경험했다며.
나는 살아가는 데에 있어 성실하게 열심히 자기 일에 임하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지만 이런 '노력파'들일수록 유념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무리한 자기긍정. 첫째, 자신의 취약점을 숨기면서 '난 내가 좋아, 난 잘할 수 있어'라고 밝게 외치는 건 기특하기 이전에 그것이 습관이 되면 자칫 괜찮지 않은 것을 괜찮다고 하는 자기암시와 자기기만, 즉 스스로에 대한 거짓말로 연결될 수 있다. 둘째,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습성은 남에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는 습성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무리한 자기긍정은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끔 만들며 그 모든 것을 목표를 위해 합리화시킬 빌미를 스스로 제공한다.
이토록 내가 '노력파'를 우려하는 이유는 나 역시도 '나 이렇게 애썼는데 왜 날 몰라줘'같은 노력파 멘탈리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열정과 선한 의도를 너무 확신하다 보면 자칫 주변에 민폐요, 스스로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손수조씨가 '불굴의 캔디'를 보여주기 전에 깊은 절망을 느끼는 모습을 보았으면 했다.
열정의 자기긍정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다크'한 자기의심도 함께 챙기길 바랬다. 너무 씩씩해서 스스로를 용서할 기회조차 못 주면 언젠가 '멘탈붕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