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실패로 끝났지만 후폭풍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서둘러 대북 제재에 나설 예정이지만 북한은 최대 규모의 군 열병식을 개최하며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등 로켓 발사 실패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북한이 이달 안에 3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 '김정은 시대' 선포= 지난 13일 오전 광명성 3호가 발사 2분15초(국방부 발표 기준) 만에 폭발해 공중분해 됐지만 북한은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을 맞은 대규모 군 열병식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북한 전역에 실황 중계한 이 열병식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장거리 미사일을 처음 공개했다. 이 미사일은 직경 2m, 길이 18m 이상으로, 사거리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3000~4000여㎞)보다 긴 5000~6000여㎞ 급으로 추정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함께 이날 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한 무기와 장비는 34종 880여대로 역대 최대 규모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행사에서 처음 육성으로 축하연설을 하며 당·정·군은 물론 주민에게 새 지도자로서 위상을 과시했다.
◆ 북한이 스스로 폭발시켰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고의로 로켓을 폭발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적 결함으로 경로를 벗어나자 잔해를 수거하지 못하게 고의로 폭발시켰다는 설명이다.
실제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해군이 북한 미사일 잔해 수거 작업을 사흘째 진행 중이지만 아직 미사일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는 건져내지 못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한 로켓 폭발의 명확한 규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UN안보리, 의장성명 유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실패에 따른 대응조치의 논의를 결의보다는 의장성명으로 점차 좁혀가는 분위기다. 로켓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경우를 대비해 가장 강한 형태의 의결인 결의를 아껴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의장성명의 시기는 7∼10일 걸렸던 과거보다 빨라져 이르면 이번 주 초중반께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13일(현지시간) "로켓 발사가 결의 위반이고 이를 '개탄(deplore)'하며 결과를 위해 계속 논의키로 했다"는 안보리 브리핑 문안에 반대하지 않은 점은 조기 의장성명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 "추가 핵실험 가능성"=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최근 위성사진에서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징후가 포착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핵 실험은 북한이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에 로켓 발사에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써버리지는 않을 것"며 "국제사회가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면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국명기자 km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