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인 경기고에서 전교 1등을 다투는 수재가 있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게임에 빠졌다. 중학생인 동생이 즐기던 온라인게임을 어깨 너머로 들여다보던 것이 화근이었다. 자신이 말로만 듣던 게임중독자가 된 것이다.
성적은 추락하고 부모님께 대들고 가출을 일삼는 불효자가 됐다. 8년이 지난 현재 그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4학년에 재학중이고 전공을 살려 교수가 되려 한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었을 때 고1이었던 박태균(26) 씨. 동생이 네오위즈게임즈의 온라인게임 '오리콘 마스터 R'을 하는 모습을 봤다.
그러다 동생과 같이 플레이하며 대전을 하기 일쑤였고 번번히 패했다. 승부욕이 유달리 강한 김씨는 게임에 더욱 집중했고 하루에 13시간을 플레이하기 일쑤였다.
"하교하면 오후 5시부터 새벽 6시까지 잠도 자지 않고 게임만 했어요. 잠은 학교에서 잤습니다. 이 생활을 고2 여름방학 전까지 이어갔습니다. 매번 100점을 받았던 수학이 79점으로 떨어지더군요."
게임에 눈을 뜬 박 씨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넷마블의 '서든 어택'과 같은 빅히트작에도 빠져들었다. 하루 중 6시간을 빼고 게임만 한 날이 부지기수였다.
총싸움게임 '서든어택'을 하도 많이 해서 AK47, M4, A1과 같은 실제 총의 제원과 이미지를 꿰뚫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가출 후 서울 청담공원에서 노숙을 할 때 일종의 깨달음을 얻었다.
'게임을 아무리 해도 더 뛰어난 고수가 많다.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도 남는 게 없다. 체력도 바닥나 이대로 가다간 폐인된다.'
이튿날 철물상에 가 쇠사슬과 자물쇠를 샀다. 동생에게 몸을 묶게 한 뒤 자물쇠로 잠그게 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풀면 안된다고 했다. 화장실도 하루에 한 번만 갔다.
"그때 무리해서 지금도 방광이 부실해요. 게임 중독은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족이나 주위사람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쇠사슬 고행 덕에 박씨는 원래 성적을 회복했고 2005년 서울대에 입학했다.
'일류대 들어간 게임중독자'는 최근 사고를 쳤다. 자신이 마음을 다잡고 공부했던 당시의 노하우를 살려 고교생을 위한 참고서 '태그멘토(두산동아)'를 출간했다.
기출 문제를 해설한 기존 입시서와 달리 수능시험의 유형을 7가지 나눠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김 씨는 이를 '수능 설명서'라고 표현했다.
"수능시험을 내는 사람, 풀어야 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수능 문제도 패턴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중독에서 탈출한 뒤 나름의 공부법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