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인터뷰에 나선 최철호(42)는 지난 2년의 시간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내 잘못으로 많이 고통스러웠지만,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며 열심히 살 것을 거듭 다짐했다. 음주 폭행 파문으로 속죄와 반성의 나날을 보내고 재기중인 그를 만났다.
# 8월엔 KBS1 '대왕의 꿈'으로 지상파 복귀 인사
물의를 빚고 하차했던 MBC '동이' 이후 2년여 만인 지난달 OCN 드라마 '히어로'로 복귀했다. 주인공 김흑철(양동근)과 대립하는 비정한 검사 김명철 역을 맡아 섬뜩한 악역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요즘은 25일부터 방송될 JTBC 수목극 '러브 어게인' 촬영에 한창이다. 또 8월 방영 예정인 KBS1 대하사극 '대왕의 꿈'을 통해 지상파 컴백도 앞두고 있는 등 재기의 속도를 차츰 높이고 있다.
"스스로 생각할 때 복귀가 이른 것 같아 출연하지 않으려 했어요. 그러나 연기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고, 무엇보다 소속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죠. 아직까진 촬영이 긴장되고 어색하지만,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 감사해요. 고마운 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연기 밖에 없는 것 같아 잘해야겠다는 부담 속에 최선을 다해 촬영하고 있어요."
'러브 어게인'에선 시한부 인생을 사는 태진 역을 통해 변신을 시도한다. '히어로'와 달리 희로애락의 감정을 모두 드러낸다. 시청자들에게 진정성있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면서도 '사람들이 복귀를 안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주위 반응을 수시로 체크한다는 최철호다.
# 신앙의 힘으로 벼랑 끝 인생 전화위복
연기에 대해 쉼없이 열정을 토해내는 그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사건 당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가족과 신앙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죠. 그마저 없었다면 망가졌을지 몰라요.그러나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잃어버린 것들을 많이 찾았어요. 전에는 바빠서 아내와의 대화가 단절됐었는데,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전화위복이 된 셈이죠."
과거 얘기가 나오자 이내 고개를 숙였다. "이전에는 나와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기적인 생활을 했다. 돈이 인생 최고의 가치였다"면서 "바닥까지 떨어지자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 남을 돕는 일의 행복 계속 이어갈 것
특히 신앙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봉사 단체를 통해 삶의 가치관조차 바꿨다.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두 세 차례 성남에서 도배와 장판깔기 등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 활동을 펼쳐 '성남시 봉사상'을 받은 바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을 도와가며 훌륭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 동안 위만 보며 살아왔는데, 그 분들을 통해 풍족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사람인지라 예전과 아주 크게 변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지만,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아직 일곱살이라 지금은 어려서 모르지만 크면 제 실수에 대해 알테고, 그 땐 달라진 모습이길 원해요."
앞으로 봉사 활동을 가족과 함께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달 말에도 봉사 일정이 있는데, 가능하다면 하루만 촬영을 빼고 하고 참여하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연기 역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며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김도훈(라운드 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