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스포츠 실화를 영화화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결말까지의 과정과 경기 장면을 어떻게 재연할 지가 성공의 가장 큰 관건이다. 또 실존 인물들의 캐릭터화도 만만치 않다.
다음달 6일 개봉될 '코리아'는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환희와 감동이 생생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의 남북 단일팀 우승 신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병상의 아버지에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안겨주는 게 목표인 현정화(하지원)는 적으로만 만났던 북한 선수들과 남북 단일팀으로 뭉치라는 정부와 협회의 지시에 당황하고 반발한다. 껄끄럽기는 현정화의 라이벌인 리분희(배두나)를 비롯한 북한 선수들도 마찬가지. 어쩔 수 없이 한솥밥을 먹게 된 남북 선수들은 반목과 대립을 거듭하지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더 이상의 줄거리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익숙한 이야기다. 문제는 만리장성 중국과 맞붙는 결승까지의 여정이다. 대단히 안전하고 친숙한 방식을 취한다. 웃음과 눈물이 뚜렷하게 구별되는 에피소드의 연결 및 캐릭터들의 나열을 통해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남녀노소를 겨냥한 상업영화의 흥행 전략으로선 비교적 무난한 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단선적이고 안전하다 보니 기존 스포츠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갈등이 빚어지면 서둘러 봉합하고, 웃기고 나면 반드시 울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마저 엿보일 정도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경기 장면의 생생한 재연이다. 이를테면 탁구의 백미인 숨가쁜 랠리가 의외로 없다. 라켓을 휘두르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만 집중한다. 박진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혼신의 힘을 다한 출연진의 열연은 이같은 약점을 메운다. 특히 우승이 확정되고 난 뒤 배두나의 표정은 연기란 걸 알면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또 북한 유순복 역의 한예리는 순박한 외모와 연기로 '발견의 재미'를 안겨준다.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