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강국 한국이 가까운 미래에 인터넷 주소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4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할당이 사실상 종료됐으나 차세대 주소체계인 IPv6로의 전환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와 같은 휴대용 인터넷 장비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추가로 쓸 수 있는 인터넷 주소가 없는 상황에서 새 주소를 가질 수 있는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IPv6는 주소 수가 제한적인 IPv4와 달리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 모바일기기는 물론 백색가전과 같은, 그간 인터넷과는 관련 없었던 기기에도 주소를 배정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전자기기와 생활용품이 통합되는 진정한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회사에서 스마트폰으로 집에 있는 형광등이나 에어컨을 켤 수 있으며 전기밥솥을 작동시켜 귀가와 동시에 갓 지은 밥을 먹을 수 있다.
이 외에 빠른 속도, 한 수 위의 보안 등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IPv6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다.프랑스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주소 체계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버라이즌, 시스코 등은 IPv6를 바탕으로 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IPv4에서 IPv6로의 전환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무엇보다 기존 주소 체계가 고갈돼도 새로 인터넷 주소를 받는 경우가 아니면 당장 인터넷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현실 안주'가 문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IT강국에서 IT중진국으로 퇴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사이트 접속 불능과 구동 지연이다. '4'를 기반으로 한 사이트에서는 '6'을 토대로 한 사이트에 접속 자체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접속이 된다 해도 사이트 실행이 수 초간 지연된다. 초 단위의 속도가 광고비 등을 좌우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천문학적 손실이 예상된다.
IPv6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고 ▲특정 주소를 다수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NAT와 같은 대체 기술이 이미 있으며 ▲'4'를 기반으로 한 보안 기술이 '6'에서 적용되지 않을 경우 되레 보안이 취약해질 가능성 등이 그 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접속 변환기를 사용하면 IPv4 에서 IPv6로 접속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