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불쌍하다는 식의 '특별한' 생각을 거두면 좋겠어요. 정작 우리는 큰 문제로 여기지 않거든요.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아프기도 하잖아요? 장애도 삶의 단계 중 하나일 뿐입니다."
1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1일 역장'을 맡은 시각장애인 최대환(41)씨는 "장애는 특별하지 않다"며 미소지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애인개발원 직업재활팀에서 일하는 최씨는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일병 시절 녹내장 판정을 받아 시력을 잃었다. 졸업 후 미국 아이다호 주립대로 유학, 재활상담학을 전공한 그는 외교관의 꿈 대신 장애인의 사회활동을 돕는 새로운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최씨처럼 당당히 세상과 소통하는 장애인이 늘어나고 있다. 맥도날드 이태원점에서 매장과 원자재를 관리하는 박진국(37)씨는 11년차 고참이다. 정신지체가 있어 말은 어눌하지만 언제나 웃는 표정 덕분에 '미소천사'란 별명까지 붙었다.
박씨는 복지관 선생님 소개로 장애인 크루(Crew) 채용이 활발한 맥도날드에 취업하게 됐다. 김영철(35)점장은 "요령 부리지 않고 성실히 일하는 진국씨를 보면 장애인이란 사실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직원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휴대용 인화기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 봉사활동을 하는 시태훈(46)씨는 뷰 파인더를 통해 또다른 세상을 본다. 태어날 때부터 시야가 뿌옇지만 공모전에 입상하고 TV에 나올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여의도 봄꽃 축제에서 촬영 활동을 한 시씨는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이겨내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일반인들이 장애인을 낯선 눈길로 보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애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도 바로 장애인이다. 서울 관악구 소재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바리스타 창업' 과정은 시각장애인인 윤미영 교사가 진행한다.
윤 교사는 "컵에 눈을 갖다 대고 초코 시럽을 뿌릴 정도로 지독한 저시력이지만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며 "장애 때문에 학생들이 느낌, 소리, 온도, 무게 등 감에 많이 의존해 커피를 만들지만 커피전문점에서는 접하기 힘든 섬세함을 맛볼 수 있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인구의 10%에 달하는 400만여 명의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일반인의 인식개선과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정충현 과장은 "장애인의 생활만족도는 3년 전에 비해 다소 나아졌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향후 장애인연금 확대, 장애인 자산형성 지원 등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위한 시책의 지속적 강화와 함께 장애유형별 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 의료재활 서비스 제공 확대로 장애인 복지수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희기자 un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