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므라즈의 최대 히트곡 '아임 유어스'가 발표된 지 4년이 흘렀다. 이 노래는 므라즈와 한국 팬들 모두에게 일종의 '방아쇠 사건'과도 같았다.
판매고가 입증한다. '아임…'이 실린 3집 '위 싱, 위 댄스, 위 스틸 싱스'는 한국에서만 무려 20만장 가까이 팔려나갔다. 이 정도면 '팝'이 아닌, 그냥 '가요'라고 부를 만한 폭발적 인기다.
음악 듣기라는 행위에는 이른바 피로감이라는 결과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곡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대 진영도 만만치 않다. 최근 그의 새 앨범 '러브 이즈 어 포 레터 워드'가 발표된 것은 이같은 이유로 타이밍상 무척 적절해 보인다.
신보는 아주 만족스럽다. 딱 두 곡만 예로 들어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오프닝 트랙인 '더 프리덤 송'은 혼 섹션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아이 온트 기브 업'은 제목의 주제적 유사성이 우선적으로 대변해주듯이 '아임…'을 사랑했던 팬들에게 딱 어필할 만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 '리빙 인 더 모먼트' '더 워먼 아이 러브' 등이 '더 프리덤 송'과 유사하다면, '더 월드 애즈 아이 시 잇'이나 '비 어니스트' 등은 후자에 해당되는 케이스다.
전체로 보면 이 두 가지 방법론을 능숙하게 번갈아 사용하면서 앨범이 마무리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그 무엇보다 돋보인다. 명사적으로 비유한다면 '활기'와 '감성'의 공존이라고 할까. 보편적인 관점에서 음악 듣기의 주기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는 뮤지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구성이라고 보면 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최근 가장 피로감을 안겨줬던 노래로 '아임 유어스'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곡의 매력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감미로운 목소리에 감성을 자극하는 가사와 선율, 여기에 후렴구의 명쾌한 훅까지 대중적 만듦새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인정할 만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아임…'의 오랜 인기와 관련해 한국 음악 시장의 현 주소를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이른바 예전 노래에 서려있는 추억을 향한 기이한 집착이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면서 이같은 현상은 최근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 므라즈는 부디 그 피해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으면 한다./배순탁(음악평론가·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