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표현 수위는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까.
26일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은교'가 남녀 주연 박해일과 김고은의 전라 노출로 화제를 뿌린데 이어, 다음달과 6월 차례로 공개될 '돈의 맛'과 '후궁 : 제왕의 첩' 역시 만만치 않은 수위의 성애 장면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다음달 중순 개막될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진출을 확정한 '돈의 맛'에선 연령과 인종을 뛰어넘는 세 번의 정사신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가 비서 영작(김강우)과 그의 어머니뻘 되는 안주인 금옥(윤여정), 금옥의 남편 윤회장(백윤식)과 필리핀인 가사 도우미, 영작과 윤회장 부부의 딸 나미(김효진)가 육욕을 불태운다.
이 영화의 한 제작 관계자는 "'은교'보다 야하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상당히 센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연 조여정의 관능적인 자태가 담긴 티저 포스터로 화제를 모은 '후궁…'은 가학적인 섹스신이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여정과 호흡을 맞추는 김민준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홀딱 벗었다"고 털어놔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처럼 파격적인 성 표현을 앞세운 '19금' 영화들이 줄을 잇고 있는 이유는 열악해진 제작 환경을 이겨내려는 감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2006년부터 영화계에 불어닥친 불황으로 그 이전만큼 제작비를 많이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채고 부가판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다 보니 성인 관객들을 대상으로 삼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등급 부여의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이름있는 감독과 제작사의 작품에는 비교적 관대하지만, 독립영화에는 매우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최근 '줄탁동시'가 제한상영가 판정으로 일부 장면을 삭제하고 일반 상영을 추진했던 게 좋은 예다.
한 제작자는 "영등위의 등급 판정이 언제나 100% 옳을 순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표현 수위에 따른 등급의 잣대가 작품마다 달라진다면 곤란하다. 나무보다 숲을 먼저 보는 지혜로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