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62)씨는 지난해 친구의 소개로 중국과 합작해 100조원 대의 컴퓨터 사업을 추진한다는 기업의 사업설명회에 참석했다. 이 업체가 직접 개발했다는 컴퓨터를 보여주며 투자하면 수백배의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말에 넘어가 퇴직금과 저축으로 모은 5000만원을 털어 넣었다. 그러나 사업은 사기였고 돈을 몽땅 날린 것은 물론 이혼까지 당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5년여 동안 무려 2400여명의 노인에게 200억원 상당의 퇴직금 등을 갈취한 희대의 사기꾼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같은 혐의로 업체 대표 이모(55)씨를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퇴직자 등 노인 2496명을 상대로 "100조원 규모의 중국 컴퓨터 합작사업 등 7개 사업에 투자한 회사의 액면가 100원짜리 비상장 주식이 수천 배 오를 것"이라고 속여 주식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194억원 상당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06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강남에 본사를 두고 부산, 울산 등에서 듀얼 모니터 판매사업, 중국과의 100조원 규모 컴퓨터 합작사업, 70조원 규모 브라질 대륙횡단 철도사업, 12개 상장사 인수사업 등 7개 사업에 대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컴퓨터나 주식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60~90대 고령의 노인들을 유인해 점심값 3000원과 주식 1주를 보너스로 주는 수법으로 매일 출석을 유도했다. 특히 지인을 데려올 경우 승진을 시켜 주는 등 다단계 판매조직과 비슷한 수법도 동원했다.
하지만 이들은 업체 통장에 2000만원의 돈밖에 없는 등 수천억원대의 계약·인수자금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들을 유치할 능력이 전혀 없었으며 투자금을 횡령해 강남 유흥주점과 나이트클럽 등에서 유흥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노후자금 등 투자금을 모두 날린 피해자들 중에는 이혼까지 당한 경우도 있다"며 "퇴직자 등 노인들을 상대로 한 범죄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