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코 밑에 점이 탁구공만 해졌어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8살배기 아들이 숨넘어갈 듯 뛰어와서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일 국내에 상륙한 애플의 뉴아이패드를 구해 리뷰하던 중 아들에게 잠깐 맡겼는데 얼굴 솜털이 살아 움직일 정도로 사진이 커지자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다. 인간 망막이 인식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색상까지 표현할 수 있다고 애플이 자랑해온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뉴아이패드는 2048×1536 해상도에 310만 화소를 구현하는 해상도가 자랑거리다. 아이패드2보다 해상도가 4배나 높고 집에서 보는 HDTV보다 100만개 이상 많은 화소를 보여준다. 실제로 얼마나 확대해야 화소가 뭉개지는지 확인해보려 사진을 계속 키워봤는데 웬만한 크기로 확대해도 화면이 깨지는 현상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채도가 44%가 개선됐다는 설명처럼 사진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선명했다. 기존 아이패드를 가져와 같은 사진을 열어보니 갑자기 눈 앞에 안개가 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애플이 뉴아이패드를 내놓으며 새롭게 선보인 '아이포토'는 4.99달러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화이트밸런스' 같은 전문 용어를 몰라도 사진을 손으로 한번만 터치해주면 매끈하고 선명하게 만들어주고 여러 개의 사진을 한꺼번에 선택하면 나만의 앨범이 뚝딱 탄생했다.
기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아이무비'(동영상 편집)는 '기계치'인 아내를 한 순간에 영화감독으로 만들어 줄 정도로 손쉬웠다. 얼마 전 여행 때 찍은 동영상을 혼자서 10여분 만지작하더니 감미로운 배경음악까지 깔린 멋진 가족영화로 탈바꿈시켰다. 게다가 뉴아이패드가 고화질(1080p)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고 흔들림 방지 기능까지 채택해 여행을 떠날 때 캠코더를 따로 챙겨야 하는 불편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능은 역시 게임이었다. 쿼드코어 그래픽처리장치와 신형 듀얼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5X)를 탑재했다는 애플의 설명처럼 고용량의 게임을 할 때도 화면 터치로 조작하는 동작들이 한결 섬세하면서도 기민하게 작동했다. 비디오게임기의 화면과 같이 놓고 보니 시쳇말로 '디테일'이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외신을 통해 불거졌던 발열 문제는 염려스럽지 않았다. 장시간 게임을 돌려봐도 아래 부분이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뜨거워서 사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를 사용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무선랜(WiFi)을 통한 접속이 한층 빨라져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다만 기존 아이패드보다 49g 늘어난 662g에 달하는 무게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지하철에서 오랜 시간 사용하다보면 어깨가 뻐근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