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로 접어들면서 가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이가 들어도 버팀목이 돼주고, 투정도 받아주던 부모님의 부재를 떠올리게 되는 거다.
그래서인지 26일 개봉된 '봄, 눈'같이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인 소중한 사람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영화가 더 아리게 다가온다.
평범한 주부 순옥(윤석화)은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일을 하지 않는 무심한 남편(이경영)과 결혼한 큰 딸(심이영), 타지에서 혼자 사는 아들(임지규), 자기만 생각하는 작은 딸(김하진) 등 오직 가족을 위해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날 말기암 암 선고를 받고 생을 마감할 준비에 들어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은 자신들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순옥을 정성껏 간호한다.
자연스럽게 우리네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들의 목소리에 얼굴이 밝아지고, 큰 딸의 임신 소식에 누구보다 감사해 한다. 작은 딸의 투정에 가슴 아파하고, 성질부리는 남편을 보며 한숨짓는다.
어쩌면 그렇게 참고 희생하며 살아온 멍울이 암이 된 게 아닌가 싶어 가슴이 더 아프다. 반면 가족들은 암 때문에 순옥이 살아온 희생의 삶을 되새기고 그를 더 사랑하게 된다. 아내이자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가족애는 더욱 돈독해지고.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순옥은 끝까지 가족을 위해 희생한 것이다.
24년만에 영화로 돌아온 윤석화의 혼신을 다한 연극적인 연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죽어가는 딸을 병문안 온 친정 어머니 역을 맡은 김영옥은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든다. 눈물을 참으며 순옥의 손을 잡고, 마지막 가는 길에 든든하게 속을 채워야 한다며 음식을 해주는 모습은 우리의 엄마도 할머니의 딸이었음을 떠올리게 만든다.
만듦새를 떠나 먹먹해지는 마음을 가눌 수 없게 한다. 전체 관람가./이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