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너 있다" "얘기야, 가자" 닭살이 오르지만 뭔지 모르게 마음을 흔들어놓는 말로 시청자들을 일찍 TV 앞으로 모여들게 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뮤지컬로 제작됐다.
영화감독을 지망하는 태영과 청년 사업가 기주는 파리에서 만나 서로의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빠져들게 된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의 구조였지만 드라마에서는 이것이 모두 태영의 꿈이라는 결말로 끝나면서 환상을 품어왔던 팬들의 불만을 샀다.
뮤지컬에서는 판타지를 깨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1막에선 태영과 기주가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사랑스럽게 전개된다. 현실에서는 어려운 결합이지만 너무나 꿈같은 일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기주와 태영이 서서히 마음을 여는 과정은 '넌 어느 별에서 왔니'란 노래로 보여진다. 너무나 다른 상대를 보며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거야' 하는 불만에서 시작된 노래는 후반부에서 '넌 어느 별에서 왔니'라고 물을 때 호감으로 변한다. 조이 손이 작곡한 음악은 드라마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1막에서는 태영과 기주의 용감한 사랑이 전개되면서 원작에 비해 수혁과의 삼각관계는 약해진다. 2막부터는 플롯이 복잡해진다. 기주와 태영이 사귀게 되자, 기주 약혼녀의 복수가 시작되고 기주의 출생의 비밀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늘 삼촌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던 수혁의 열등감이 태영을 갖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전이되면서 삼각관계로 발전한다. 원작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문제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복잡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스토리만 이해될 뿐 인물들의 감정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명이나 영상을 통해 정서를 표현한 무대는 아름답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거칠고 조야한 소도구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그 효과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무대 높이가 높은 디큐브아트센터와는 어울리지 않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기존의 뮤지컬들이 보이는 한계, 즉 광대한 스토리를 담아내거나 영상을 제한된 공간 안에 펼쳐낼 때의 문제점을 역시 극복하지 못했다. 단지 '오페라의 유령'을 패러디한 장면이나, 드라마와 쇼를 영리하게 오가는 진행 등 연극성이 뛰어난 장면들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다음달 30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