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명동 중앙로. 반팔 차림은 예사다. 시원스런 민소매 톱과 선글라스로 꾸미고 차가운 아이스커피까지 손에 든 여성들이 거리를 누볐다. 이날 서울 기온은 25도까지 올라 걸으면 땀이 나는 초여름 날씨였다.
한창 봄기운을 누릴 4월 말이지만 여름이 봄을 밀쳐내고 바싹 다가왔다. 날씨에 민감한 유통업계에 우리나라 사계절은 '여름, 한여름, 겨울, 한겨울'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환절기 제품은 자취 감춰
봄이 실종된 요즘 환절기 제품은 자취를 감추고, 여름 상품들이 전진 배치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은 최근 일주일간 선풍기, 냉풍기 등 여름 가전 판매량이 전주와 비교해 56%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민소매·반소매 티셔츠와 샌들 매출은 48%까지 불었다.
롯데닷컴에선 벽걸이형 선풍기 등 여름 가전 판매를 시작했고, G마켓은 보라카이·홍콩 등 여름휴가 여행상품을 벌써부터 내놔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여름이 빨리 찾아오면서 별미인 빙수도 예년보다 일찍 출시됐다. 베이커리전문점 뚜레쥬르와 커피전문점 투썸 등에선 이미 이달 중순부터 빙수를 팔고 있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엔제리너스커피 등 커피전문점들도 얼음을 넣은 찬 음료들을 앞 다퉈 내놨다.
CJ푸드빌 신효정 대리는 "3년 전만해도 6월이 돼야 빙수를 출시했지만 이상 고온현상이 계속되면서 이제 고객들은 조금만 날씨가 따뜻해도 시원한 메뉴를 찾아 출시일이 두 달이나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올봄엔 편의점들도 서둘러 아이스커피 경쟁에 뛰어들었다. 밥값에 버금가는 커피 값이 부담스런 직장인들을 겨냥해 훼미리마트, G25, 미니스톱 등이 1000원대 아이스커피를 3월부터 팔고 있다. 아이스커피는 GS25에서 지난해 4000만 잔이나 팔릴 만큼 편의점 여름 효자상품으로 통한다.
뜨거워진 햇빛을 막는 자외선 차단제는 이미 3월부터 출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특히 남성용 신제품이 크게 늘었다. 랩시리즈, 키엘, 코리아나 등이 남자 피부에 바르기 좋은 자외선 차단제를 앞세워 여름 마케팅에 주력 중이다.
#봄옷 대신 사철용 제품 출시
반면 패션업계는 봄옷이 안 팔려 울상이다. 이달 중순까지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다 갑자기 더워지면서 올봄 주요 백화점 의류 매출 신장률도 3~4%대에 그쳤다.
이 때문에 사계절로 두루 입을 수 있는 멀티아이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캐주얼브랜드 TBJ는 여름을 겨냥한 반팔티셔츠이지만 한겨울까지 두루 입을 수 있는 신제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의류업체 신원의 강추경 대리는 "봄 상품 물량을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인 상태로 패션업체들이 계절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늘리는 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가의 여름 대전은 5월이 시작되는 이번 주 본격적인 서막을 연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늘(30일) 서울 낮 기온이 28도까지 오르는 등 5월 첫 주, 때 이른 여름더위가 찾아올 예정이다. /전효순기자 hsjeo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