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의 고전동화 '백설공주'가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이했다.
그 동안 수없이 많은 영화와 드라마, 연극,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나곤 했는데, 이 중에는 불경스럽게도(?) 포르노 버전까지 있을 정도다.
3일 개봉될 줄리아 로버츠·릴리 콜린즈 주연의 '백설공주'는 원작 특유의 밝으면서도 어두운 분위기를 비교적 고스란히 담아냈다.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캐릭터 재해석까지 더했다.
타고난 미모를 이용해 왕(숀 빈)의 후처로 들어앉은 왕비(줄리아 로버츠)는 왕을 없애고 왕국을 통치한다. 눈처럼 하얀 피부와 어두운 밤처럼 까만 머리, 앵두처럼 붉은 입술의 백설공주(릴리 콜린즈)가 유일한 두통거리인 왕비는 백설공주를 성 안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백설공주는 열 여덟 살이 되도록 왕국이 망해가고 있는 사실조차 모른다.
어느날 왕비 몰래 마을로 잠입한 백설공주는 왕비의 지나친 낭비벽에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도적떼로 살아가는 산속 일곱 난쟁이들과 힘을 모아 왕국을 되찾고 짝사랑하는 이웃나라 왕자 알콧(아미 해머)과 결혼하려 하지만, 왕비의 몹쓸 마법에 걸린 알콧은 오히려 백설공주를 공격한다. 왕비와 알콧의 결혼식은 점점 다가오고, 백설공주는 이중삼중의 위험에 처한다.
왕비가 건넨 독사과를 받아먹고 왕자의 키스만을 기다리는 백설공주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무예와 각종 꼼수에 능한 일곱 난쟁이들로부터 실전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는 능동적인 신세대 여성으로 그려진다.
또 로버츠가 연기하는 왕비는 사악하고 무섭게만 묘사됐던 원작과 달리, 잘생긴 연하남과의 결혼을 통해 파탄난 왕국 재정의 회복까지 노리는 매우 현실적인 중년 여성이다. 왕자는 허우대만 멀쩡해 웃음을 자아낸다.
고전동화를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캐릭터 재해석으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한 수위가 돋보인다.
연출자인 인도 출신의 비주얼리스트 타셈 싱 감독이 구현한 동화속 세계도 눈여겨 볼 만하다. '더 셀'과 '신들의 전쟁'에서 독창적인 영상 미학을 과시했던 싱 감독은 이번에도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모든 출연진이 춤추고 노래하는 마지막 장면은 발리우드 영화 엔딩을 떠올리게 한다. 이를테면 모국에 대한 향수의 인장인 셈이다. 전체 관람가.